글 자 : 面(낯 면/얼굴 면) 張(베풀 장/넓힐 장) 牛(소 우) 皮(가죽 피/껍질 피)
출 처 : 王仁裕(왕인유)의 開元天寶遺事[개원천보유사(?顔厚如甲/참안후여갑)]와
北夢?言(북몽쇄언)에 기록되어있다.
비 유 : 출세하려고 비굴(卑屈)하게 자신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에게 아부(阿附)하는 사람 또는 남을 괴롭히는 나쁜 사람을 비유하며, 요즈음은 각종 비리(非理)와 부정한 짓을 서슴지 않게 하고 나서 들통이 나면 남에게 책임을 전가(轉嫁) 하든지 자기 합리화(合理化)함을 비유함 .
누가 요즘의 대한민국을 정상적인 국가(國家)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누가 이 나라의 지도자들을 정상적인 '인격자(人格者)'요 '양심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누구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요즈음 대선(大選) 후보자들의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이미 정상적인 국가 지도자라는 의미는 사라져 가고 있는 듯하다.
후안무치(厚顔無恥)라고 했던가? 이제는 후안무치를 앞지른 철면피 인간을 맞이하게 되는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 관한 고사성어의 유래를 보자.
중국 송(宋)나라 때 왕광원(王光源)은 과거시험에 쉽게 합격한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문제는 지나친 출세욕이었다. 그는 출세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지 거리낌 없이 해내는 사람이었다. 당시 권세가가 지은 그리 대단치 않은 시(詩)에 대해서도 "일찍이 이렇게 뛰어난 시(詩)를 본 적이 없습니다. 대감의 시는 도연명(陶淵明)이나 이태백(李太白)도 감히 따르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아부를 서슴지 않고, 게다가 권세가의 횡포에도 분노하기는커녕,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위인이었다.
어느 날 권세 있는 대감이 잔치를 벌이던 날 이었다. 거나하게 취한 대감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말채찍을 집어 들고 소리쳤다. "누가 이 채찍을 한번 맞아 볼 텐가?"
왕광원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 앞에 엎드렸다. "제가 맞겠습니다." 대감은 정말로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나 왕광원은 피하지도 않고 그 채찍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듣기 좋은 말로 비위를 맞추었다.
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가 기가 막혀 나중에 집에 와서 물었다.
"자넨 정말 창피하지도 않나? 여러 사람 앞에서 그런 수모를 당하면서도 잠자코 있다니?"
이에 왕광원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대답했다.
"그 사람에게 잘 보여서 손해 볼 것 없잖은가."
당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왕광원의 얼굴은 열 겹의 철갑(鐵甲)처럼 두껍다.'고 비웃었다.
인류 최고의 스승인 공자(孔子)도 "말을 잘하고 얼굴빛을 곱게 하는 사람이 인(仁)한 사람이 드물다.(巧言令色鮮矣仁/교언영색선의인, 논어 학이편)"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곧 남에게 잘 보이려고 그럴듯하게 꾸며 대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를 말한다.
좀처럼 남을 낮게 보거나 비방할 줄 모르는 공자도 비겁하고 뻔뻔스런 사람은 싫어하고 경계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는 공공(公共)의 질서(秩序)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려는 몰염치(沒廉恥)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금(昨今)의 이 상황을 여러 가지 말로 풍자하고 있다. 내로남불로 시작해서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탕 개들의 싸움), 후안무치(厚顔無恥/얼굴 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운 줄을 모름) 등 수많은 고사[사자]성어에 비유하며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희한한 나라로 빠져들고 있다.
필자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이제는 국민들 모두가 다 알고 있지 않는가? 어떤 정치인이 어디에 해당되는지 본인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도를 넘어 적반하장(賊反荷杖/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의 경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기가 저지른 일을 남에게 뒤집어씌우거나 나아가 상대를 협박하는 단계까지 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이제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다. 남의 돈(국민세금)으로 선거를 치루는 행위(자기 돈이면 그렇게 쓰겠는가?), 말 뿐인 공약(公約), 일관되지 못한 수치놀음, 가족들의 비리, 헤아리기 어렵다. 이러다 나중에는 대한민국을 팔아도 빚조차 못 갚는 꼴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우리의 선조들은 정의와 국민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였으므로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경제력, 군사력, 과학기술력, 지식, 체육, 심지어 예술(한류)분야, 등 세계가 놀라고 우리를 배우려는 나라들이 많다. 정말 자랑스럽다.
단 정치와 신용(信用)만 추락(墜落)하고 있다.
단군성조(檀君聖祖)의 홍익인간(弘益人間)은 말고라도 조선시대 선비정신, 청백리, 충, 효, 예, 도덕과 양심, 나라사랑 등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야 한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지도자를 선택해야한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노중련 추양열전(魯仲連 鄒陽列傳)에 "지혜로운 사람은 때를 거역해 불리한 입장에 빠지지 않으며, 용사(勇士)는 죽음을 겁내어 명예를 잃지 않으며, 충신은 자기 한 몸만 생각해 임금을 저버리지 않는다."
옛 이야기라서 고리타분하다고 느낄지는 모르나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얄팍한 속임수는 말고 도덕성과 양심의 날카로움에 자신을 맡겨보는 것이 진정 지도자다운 반성이 아닐까?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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