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고 박병춘 교사가 14일 제자들과 어느 때보다 특별한 '마지막 수업'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제공=대신고 |
학생으로 3년 그리고 33년간 교직에 몸담으며 오직 아이들의 눈과 마음으로 아이들 편에 서 있던 박병춘(61) 교사의 정년 퇴직을 하는 마지막 수업시간이다. 마지막 수업은 어느 때 보다 특별했다.
학급 학생들, 오량신문 편집반 동아리, 박병춘 교사 팬카페 학생들 그리고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이 함께 준비한 수업이다.
박 교사의 교육철학은 '아름다운 동행'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가 교단에 선지 33년이 흐르는 동안 교육 현장은 조금씩 변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마음은 오로지 학생들에게 있었다. 그 긴 세월 동안 모교에서 아이들만 가르친 박 교사의 스토리는 대신고의 역사와도 같다. 꾸준히 학생들과 소통하며 함께 희노애락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 갔다.
퇴임을 앞둔 마지막까지 담임을 맡은 이유이기도 하다.
담임으로서의 역할, 학교에서 맡은 업무 다양한 인간관계까지 어느 한 곳에서 부족함이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 때론 엄한 선생님이 돼야 했지만 아버지처럼 아이들을 품어주었기에 학생들과 학부모, 동료 교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박 교사를 잊지 못한다. 박 교사의 마지막 담임 반인 강서진 학생은 "인생 선생님이죠. 춘샘을 만난 건 행운이였어요. 1년만 늦게 입학했으면 평생 못 만날 뻔 했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의 사진이 영상으로 비춰졌다. '앨범 영상 산' TV 방송에서 함께 등산하는 제자들, 결혼을 앞두고 주례를 부탁하러 온 제자들, 모교에 장학금을 보내온 제자 등의 모습이 담겼다.
수업이 끝날 때 쯤엔 합창이 이어졌다. 1년 동안 함께 생활해온 담임 선생님들과 학급 학생들이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는 노래를 개사해 뭉클한 감동을 남겼다.
30번이 넘는 주례/일만 번이 넘는 조회 속/제자들에게 말했지/애들아 많이 힘들지 지금/하지만 앞으로 나가/네가 가는 곳이 길이다/브라보 브라보 춘샘 인생아/지금껏 달려온 춘샘의 인생을 위해…….
1학년 학년부장이자 23년을 학교에서 함께 생활해온 최장문 교사는 "박병춘 선생님 같은 분이 되고 싶습니다"라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특히 교직 생활을 마무리할 때 가슴을 울리는 마지막 수업을 꼭 따라 하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박 교사는 "아름다운 동행이었습니다. 선생님과 학생이 그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라는 33년의 교직 생활의 마지막 말을 남겼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강서진 학생이 그린 박병춘 교사의 모습 |
박병춘 교사의 퇴임식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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