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교수 |
대다수 선진국 교육의 방향성은 10대 청소년들의 행복 추구에 맞춰져 있다. 내가 본 미국 고등학생들은 학교 공부보다 다양한 방과후 활동에 매진하는 모습이었고, 독일인 방송인 다니엘은 고등학생 때가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행복한 교육을 지향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은 '모두가 행복한 혁신미래교육'을, 대전시교육청은 '행복한 학교 미래를 여는 대전교육'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7월부터 선진국으로 지위가 격상된 우리 학교현장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2020년 통계를 살펴보면 10∼30대까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고, 10만 명당 자살률은 25.7명으로 OECD 평균의 2.1배 이상이다. 2009년 이후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줄곧 자살이었다.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이 얼마나 부끄러운 자화상인가?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산업인력을 적기에 공급한 높은 교육열과 무한경쟁의 학교 교육의 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사회가 아닌 제4차 산업혁명시대, 즉, ‘초연결시대’다. 과거 국가가 정한 교육제도와 체계에 개인들을 맞춰 대량으로 인력을 양성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제는 교육제도와 체계를 개인의 개성과 역량에 맞춰 창의성과 협업역량을 극대화함으로 복합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즉, 지금까지의 표준화된 교육은 더 이상 개인별 맞춤형 미래인재 양성교육에는 낡은 패러다임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여야 대선주자들의 교육공약을 살펴보면 무한경쟁의 입시지옥 속에서 깊은 우울감에 젖어 있는 우리 10대 청소년들의 행복을 찾아주기 위한 고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의 교육공약은 수능 초고난도 문항 출제 금지, 정시 비율 상향, 대입 공정성 위원회와 공공입학사정관제도 도입 등이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대입전형 유형 단순화, 정시 비중 50% 선 확대, 입시비리 암행어사제 도입, 초중고 학제 개편을 내세우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수시 전면 폐지, 정시 50% 선발을 수능과 내신으로 선발, 수능 연 2회 실시, 정시 군별 지원제 폐지 등의 공약을 내 걸고 있다.
그런데 대선 주자들이 공통으로 내건 대학입시제도의 공정성을 확보하면 정말 입시지옥이 해소될까? 정말 현행 대입제도를 유지한 채 정시를 확대하는 등의 대입전형 단순화로 우리 청소년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감추고 싶은 청소년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까?
대학입시제도에서 시험이 가장 공정하니 정시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와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초연결사회를 살아갈 미래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역량은 창의력, 협업능력, 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력 등인데 암기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수능시험으로는 미래인재 배양과 선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시험이라는 경쟁이 없다면 학생들이 공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선진국인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맞지 않는 것이다. 이미 앞에서 대학입시에서 시험 경쟁이 매우 낮은 미국, 독일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들이란 말인가?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에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입시지옥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입시지옥이 없어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말이다. 청소년들이 행복한 나라야말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사회의 모습이다.
행복한 청소년들을 위한 대학입시제도의 개선은 대학의 서열화를 완화할 대책과 맞물려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학 서열화가 고착화되어 변혁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선 후보들은 청소년 교육공약을 다시 한 번 고민해주길 바란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무한경쟁의 입시지옥에서 더 이상 자살을 생각하지 않도록 행복하게 자기 인생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해 볼 수 있는 교육제도와 체계의 혁신방안을 교육공약으로 제시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김정태 배재대 영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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