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
요즘에는 코로나로 인해 택배기사님들이 초인종만 누르고 물건을 문 앞에 놓고 간다. 올 물건이 없는데 이상하다 하고 문을 열어보니 큼지막한 상자가 놓여있다.
'이게 뭐지?'
자세히 보니 발신인에 막내딸 이름이 적혀있다. 나에게 택배를 보냈으면 먼저 말을 했을 텐데…… 일단 거실로 상자를 옮겨와 개봉을 했다.
'이건 이불세트인데, 이불을 왜 보냈지?'
의아해하며 막내딸한테 전화를 했다.
"딸, 우리 집으로 택배가 왔는데 딸이 보낸 것 맞니?"
"네. 엄마. 오늘 도착했군요. 생각보다 빨리 배송이 됐네요. 제가 겨울 이불을 하나 사서 덮어보니 가볍고 따뜻해서 하나 보내드렸어요. 엄마가 흰색을 좋아하셔서 하얀색으로 골랐는데 맘에 드세요? 안방은 위풍이 세서 춥잖아요."
"어쩜, 우리 딸 고마워."
전화를 끊고 한동안 거실에 펼쳐져 있는 이불을 보니 뭉클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딸의 마음이 예뻐서 가슴까지 울컥하다.
이불을 보니 옛날 일들이 오버랩되어 추억을 불러들인다. 동네에 아무개네 딸이 시집을 간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바느질 솜씨 좋은 아주머니들이 한집에 모여 예단이불을 만드느라 몇 날을 밤늦도록 일을 했다. 그 일에 내 어머니도 함께 하셨다. 그런데 이런 일이 종종 있으니 우리 식구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종일 허리를 구부리고 바느질을 해서인지 집에 들어오시면 그 자리에서 끙끙 앓으셨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언니는,
"엄마, 이번만 하시고 다음에는 절대 못 한다고 하세요. 밤새도록 앓으시니 걱정이 되어서 죽겠습니다."
"내가 언제 앓았다고 그래? 아무렇지도 않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그리고 이웃끼리 좋은 일이나 슬픈 일이 있으면 서로 도우면서 사는 것이 그게 사람들 사는 맛이란다. 내 다녀오마."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부지런히 집을 나가신다.
내가 결혼해서 살 때만 해도 요와 이불의 홑청을 뜯어서 이불빨래를 했다. 나는 처음에는 이불빨래하는 것이 낯설고 엄두가 안 나서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다. 마루에 이불을 펼쳐놓고 홑청을 시치시던 어머니와 풀 매긴 이불을 덮고 버석버석 소리가 좋다고 바시락 대던 내가 생각이 난다.
요즘 세상은 얼마나 좋은가? 세탁기에만 넣으면 새것이 되어 뽀송뽀송하게 나오는 이불을 볼 때마다 감탄을 한다.
오늘은 딸의 사랑을 덮고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들 것 같다.
이현경 / 시인
이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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