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누구나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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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누구나 예술가

강혁 작가

  • 승인 2022-02-10 13:41
  • 신문게재 2022-02-11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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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작가.
이제는 누구나 예술가가 된 것 같다. 그동안 예술은 뼈를 깎는 고통에서 나오는 전문 분야의 결과물이지 않았나. 요즘 창작에 대한 욕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유일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기는 시대가 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예전에는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을 예술가라 불렀다. 그러나 지금은 손쉽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대체 미디어가 넘쳐나고, 더불어 유튜브라는 좋은 선생님이 있어 누구나 편하게 배우며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작년에 배우 박신양이 지방에 모 미술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는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연예인들이 그림을 그리며 작품 전시를 하는 소식도 종종 보게 된다. 작년 서울아트페어 키아프에서 단연 화제가 된 작가는 권지안 작가다. 권지안 작가는 가수 솔비며 전시 중 이미 상당수 작품이 팔릴 정도로 컬렉터 층이 확실한 작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아트페어 이후 외국에서 개최한 시상식에서 미술상까지 받으면서 가수가 아닌 예술가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말이지 예술가의 영역이 특정 집단의 소유가 아니라 가수이든 배우이든 미대를 나오든 나오지 않아도 이제는 상관없이 누구나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더불어 작품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고 그 가치를 사고 파는 디지털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요즘 핫한 키워드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 NFT(Non-Fungible Token)이다. 디지털로 만든 모든 것이 가상공간에서 저작권을 인정받고 바로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능하며 본인들이 만든 창작물을 누구나 장소에 제한 없이 디지털 세상에서 사고 팔 수 있다. 일상을 담은 일반인이 찍은 보통의 사진도 수십억에 팔리고, 게임 아이템이나 디지털 그림도 몇십억에 팔렸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새것을 알기도 전에 더 새로운 무언가가 끊임없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예전보다 훨씬 더 디지털 시대가 정점에 도달하면서 그리고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로 인해 혼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면서 직업의 경계, 작품의 경계, 시간의 경계, 돈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꼭 그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표현의 자유가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가능해졌고 제한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분명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이는 꼭 가상세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 성인들의 취미 생활 중 하나가 여행하면서 도시의 풍경을 펜과 작은 수채물감을 가지고 가볍게 그리는 어반드로잉이 참 인기가 많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도시별로 이런 창작 활동을 하는 성인들이 제법 느는 추세다. 코로나로 인해 지친 심신 때문일까 아니면 이런 혼란한 시대에 무언가 좀 더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싶어서일까. 성인들이 취미로 미술을 배우고 자신의 이야기를 손 그림으로 그리려는 성인들이 제법 많은 편이다.

집 근처 화실을 방문해 본 적이 있다. 연구원, 공무원, 주부, 임산부, 은퇴자, 휴직 중이신 분 등 수강생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각자의 위치에서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일주일에 딱 두 시간 정도 짬을 내어 창작 활동에 힘을 쓴다. 유화, 수채화, 색연필, 파스텔, 디지털 패드 그림까지 재료도 다양하다. 자신의 소소한 생각과 느낌을 손끝으로 표현해보고 싶은 분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은 성인미술이라 불리는 화실이다. 키우는 강아지 그리고 고양이 그림, 자녀의 어릴 때 앳된 모습 등 그 주제나 소재도 참 다양하다. 점심시간 짬을 내어 오시는 분,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시는 분 그들은 마음만큼은 신나고 즐겁다고 말한다. 그림을 보는 것에서 이제는 직접 그리는 만족과 성취감을 느끼고 싶은 것 같다. 이런 창작 활동을 통해 각자의 인생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인다.

성인들은 말한다. 이 고요한 시간을 만끽하고 그림 그리는 과정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한다. 삶이 예술인 세상. 이제 누구나 충분히 예술가라 부를 수 있게 됐다./강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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