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중구 중촌동 현대아파트 바로 옆에 자리한 '중도쇼핑'건물. 사진=한세화 기자 |
쇼핑단지에 둥지 튼 지역예술가들 = 1990년 중촌동 현대아파트 옆 9층짜리 복합쇼핑센터로 탄생한 '중도쇼핑'은 당시 동양백화점이 유일한 대형백화점이던 시절 중도백화점으로 불리며 명성을 누렸다. 하지만 둔산지구가 개발되고 원도심이 쇠락하면서 중도쇼핑도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중도쇼핑이 문화공간으로 변화하게 된 계기는 우연에서 시작됐는데, 우리나라 현대 서단의 대표 인물로 꼽히는 장암 이곤순 선생이 이곳에 작업실을 마련하면서부터다. 둔산지구 개발로 원도심 상권이 쇠퇴한 탓에 임대료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어 운산 조평휘 선생과 고 이인영 화백, 신건이 사진작가, 김홍영 서예가, 정영복 화백 등 지역 작가들의 작업공간으로 방들이 채워졌으며, 가장 많을 땐 30명 넘게 입주했다.
현재 조평휘, 이곤순 작가를 비롯해 정영복, 박명규, 최태신, 안병근, 김락호, 이장원, 이종범, 이은희, 윤양숙, 이화진 등 지역의 작가들이 입주해있다. 1층 상가에 이어 2층 이상부터는 미술, 문학, 디자인, 건축사무실이 있으며, 절반 이상이 문화예술 활동가들이 사용하고 있다.
중도문화예술인협회 결성 = 당시 청년작가였던 이은희 화백은 2003년 중도쇼핑에 작업실을 들인 후, 한 건물에 수많은 예술가의 작업공간이 모인 이례적인 환경을 콘텐츠화하겠다는 의지로 2005년 중도쇼핑 입주·상주 작가들로 구성한 '중도문화예술인협회'를 발족했다. 인근 주민들과 소통하며 다목적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모색했지만, 전담인력 부족과 예산문제, 작가들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이후 2017년 김현일 중도쇼핑 운영위원회장이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재정비에 들어간 협회는 이듬해인 2018년부터 조금씩 활기를 되찾으면서 2019년에는 입주작가들의 작품 전시와 함께 미술체험, 작업실을 엿볼 수 있는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진행했다. 2021년 말에는 중도문화예술인협회 소속 작가들의 작품전을 선보였으며, 올해도 3월부터 매월 한 차례씩 개별전과 그룹전, 초대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현일 운영회장은 "흐지부지된 채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지역작가들을 다시 모아 재결성했다"며 "2층 갤러리도 이즈음 만들어졌고, 2018년부터는 중구청 지원을 받아 문화예술 체험과 오픈스튜디오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상영 중도문화예술인협회 기획본부장과 김현일 중도쇼핑 운영위원회장. 사진=한세화 기자 |
조상영 중도문화예술인협회 기획본부장은 "현대아파트와 주공아파트 등 중도쇼핑 주변으로 아파트가 둘러싸고 있으며, 학교도 많다"며 "시민들 가까이에서 문화예술을 누리고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해 중구 전체를 아우르는 문화마을로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중도쇼핑 2층에 자리한 '중도갤러리'. 사진=한세화 기자 |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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