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으로 등수가 매겨지고, 성적에 따라 경제적 상황으로 학교내 위상이 바뀌기도 한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배움을 얻는 곳이거나, 살면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지식만 얻는 곳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학교는 치열한 경쟁과 계급만 존재하는 곳일까.
치열한 경쟁사회와 계급사회가 존재하는 한국을 떠나 39살의 나이로 덴마크 세계시민학교(International People's College, IPC)에서의 경험담을 써내려간 정혜선의 '나의 덴마크선생님(정혜선 지음, 민음사 펴냄, 320쪽)이 출간됐다.
'덴마크 선생님'이라는 말에서 의미하듯 책은 우리사회와는 전혀 다른 학교 시스템과 그 안에서의 교사 라는 정체성을 '덴마크'라는 말로 구분한다.
'행동하는 세계 시민을 키워 낸다'는 교육 목표를 내건 덴마크 ICP를 찾은 이는 정혜선 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다양하다.
이들은 자기 나라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각자의 사회 문제를 푸는 프로젝트를 이끈다. 그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학생이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하고, 유럽의 선진제도 앞에서 남아메리카 학생이 착잡해 한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이야기를 꺼내 놓는 용기,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을 변역하고, 한국에서 기후 위기 수업을 이끌고 있는 정혜선이 기후 변화에 대해 알게 된 곳이기도 하다.
삶의 한가운데서 길을 잃었을대, 잊을 수 없는 배움을 만난 작가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환경 문제 등의 거대 담론이 어느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염려하는 일 나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탱하는 법을 배웠다.
물론 한권의 책으로 사회가 변할 것이라고는 작가 자신 역시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결혼했느냐는 질문에 시달리고, 여전히 어두운 뉴스를 듣는다"고 말한다.
덴마크 선생님을 만나기전이나 후의 상황은 똑같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저자의 마음은 한결 가볍다.
더 이상 불안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저자는 "긴장을 풀고, 옆사람을 돌보고, 그렇게 서로 의지하는 삶이 기후위기와 팬데믹 앞에서도 자신을 지탱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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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희룡 기자 huily@
"제가 여러분처럼 아름다운 영어 문장으로 말하지는 못할 거예요. 버벅거리거나 말이 엉키더라도 인내심을 자기고 들어주면 좋겠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네 앞에 발표한 팀은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야. 이건 너에게 공정하지 않아. 우리가 알지. 혜선이 하는 말을 못 알아 듣는 일이 있니?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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