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복날, 상대가 개고기를 먹는지 물을 때 충청도 사람은 딱 '개 혀?' 두 마디면 된다.
무능력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을 가리킬 때도 충청도 사람은 '애는 착혀'란 딱 네 마디로 정리한다.
극단적인 대비를 주는 충청도 사투리는 종종 개그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충청도에서 유명 개그맨이 많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충청도의 특성을 가장 살려 쓴 작가로 유명한 김성동 작가의 소설 속 충청도 사투리들을 모아 새롭게 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김성동 작가가 살려 쓰는 아름다운 우리말 365'(김영호 지음, 작은숲 펴냄, 409쪽)은 '만다라', '국수'로 유명한 김성동 작가 속 충청도 사투리 365개를 대전작가회의 회장이자 대전 민예총 이사장을 역임한 김영호 작가가 풀어쓴 사투리 사전이다.
충남 내포의 토박이말을 소설에 즐겨 쓴 김성동의 글들은 단어가 주는 참맛에 표현의 범위를 넓혔지만, 충청도 말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가독성이 좋지 않은 글, 어려운 글들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래서 책은 작가의 우리말 살리기 노력을 적극 반영하면서도 독자들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언어 생활속에 활용할 수 있도록 ㄱ부터 ㅎ까지의 일반적인 사전 법칙을 따르지 않고, 내포 지역 충청도 말에 바탕을 둔 우리말 중 365개의 소설 속 쓰임과 그 말의 현대적 의미를 풀어써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구체적인 문맥의 대비를 통해 어느 쪽이 우리의 삶을 더 정겹고 실감 나게 표현하는지를 독자들이 스스로 마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책은 단순히 충청도 사투리 번역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김성동의 문학 세계를 소개한다.
충청도 토박이말을 중심으로 굴곡진 우리 현대사를 내려써 간 작가 김성동은 '만다라'에서는 종교를 통해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혁명가들'에서는 역사가들이 제대로 조명하지 않는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를 통해, '풍적'에서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통해 '국수'에서는 임오군란에서 갑오 민중항쟁 직전까지 민중의 삶을 통해 우리 역사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말하고 있다.
'마안한(끝없이 아득한)', '살매(운명)', '바자위다(헤매다)', '풀쳐생각(스스로 위로하다)' 등 사라지기 직전의 아름답고 깊이 있는 우리말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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