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공포증에 아슬아슬 스릴을 느끼기도 합니다
잡힐 듯 구름 한 장 유리창에 걸립니다
저 건너편에서 궁금해
공작새가 되어 허공을 날아가기도 하고요
마주 앉거나 서 있으면
촉감이 차가운 마네킹과도 같아요
오늘 밤
바닐라 향초에 불을 붙이고 와인을 따릅니다
콘크리트 바닥은 납작 엎드려 관심도 없어요
오므렸다 펴는 저 달의 입은
찢어져라 하품을 합니다
금성은 아직도 파랗게 빛나고 있는데
눈 앞에 펼쳐진 미지의 세상, 후 불어 날리고
막을 내린 불빛이 사라집니다
바닐라 향기가 자욱한 까만 세 시는 아직
잠들지 않았어요
서민경 /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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