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호감(號感) 대선

  • 정치/행정
  • 국회/정당

[세상읽기] 호감(號感) 대선

  • 승인 2022-02-09 08:34
  • 수정 2022-02-09 08:35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2021101901001092800036531
춘추시대 제나라 병법가 손무(孫武)가 지은 손자병법 군쟁편(軍爭篇)에는 우직지계(迂直之計)란 말이 나온다.

가까운 길이라고 곧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의역(意譯)하면 아마도 이럴 것이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敵)의 허를 찔러야 한다는 뜻이다.

충무공 명량해전처럼 전사(戰史)에 남은 명전투는 병력 열세나 불리한 전세에 빠진 군대가 통쾌한 승리를 거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엔 누구나 질 거로 생각했던 싸움을 뒤집기 위한 지휘관들의 우직지계가 깔렸다고 봐야 한다.

손무는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전술이 전승(戰勝)을 위한 지혜라는 점을 후대에 알리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정부도 몇 해전 같은 메시지를 내놓은 적이 있다. 해양수산부가 만든 '거꾸로 세계지도'를 통해서다. 이 지도는 북반구를 아래쪽 남반구를 위쪽으로 배치해 기존의 틀을 180도 뒤집은 형태다.

통상의 일반 지도에선 대한민국은 대륙의 끝에 붙은 반도(半島)에 불과하다. 하지만 위 아래를 뒤집으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를 등 뒤에 두고 태평양으로 뻗어 나가는 기점(起點)이다.

같은 지정학적 위치이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관이 펼쳐지는 것이다. '거꾸로 세계지도' 역시 손자병법 우직지계처럼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차기 대선도 여태껏 시선과 사고에서 벗어나 바라보고 싶다.

역대급 비호감(非好感) 대선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신상 리스크가 만만치 않아서다.

두 후보는 주변 인물들의 송사 또는 수사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성남 FC 후원금 의혹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이 현재 진행형이다.

대선까지 사법 책임의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 같진 않지만, 누구보다 공정을 외쳤던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가족 리스크도 화약고임에 분명하다. 윤 후보에는 부인 김건희씨 허위경력, 주가조작 의혹에 무속 논란까지 더해졌다.

이 후보도 부인 김혜경씨 갑질 논란과 아들 '도박 논란'으로 연신 국민에 고개를 숙였다. 본인의 '형수 욕설'도 부담 거리다.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은 이래서 생겨났다.

그런데 이젠 국민이 아닌 후보들의 시선에서 대선을 보고 싶다. 그러면 '비' 자(字)를 뺀 호감 대선이 돼야 한다. '호' 자는 크게 꾸짖는 뜻으로 써야 맞다. 호감(號感) 대선이다.

네거티브에 가려 국민 삶을 위한 정책 대결이 실종된 대선판에서 여야 후보가 성난 민심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따끔한 질책을 해야 한다.

충청권으로선 최근 불거진 패싱 논란과 관련해 확실히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충청권이 수년간 논산 유치에 공을 들여온 육사를 TK로 이전하겠다고 해 생채기를 냈다. 윤석열 후보도 항공우주청 PK 설립, 사드 충청권 배치 발언으로 지역 민심을 들끓게 했다.

여든 야든 충청을 챙기는 척하면서도 한쪽에선 대선 표 계산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유야무야 어물쩍 넘어간다면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지 말란 법 없다. 눈물이 날 정도로 호된 질책과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논리적 설득이 있어야 충청의 밥그릇을 지킬 수 있다. 호감대선은 이래서 필요하다. <강제일 서울본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