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길이라고 곧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의역(意譯)하면 아마도 이럴 것이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敵)의 허를 찔러야 한다는 뜻이다.
충무공 명량해전처럼 전사(戰史)에 남은 명전투는 병력 열세나 불리한 전세에 빠진 군대가 통쾌한 승리를 거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엔 누구나 질 거로 생각했던 싸움을 뒤집기 위한 지휘관들의 우직지계가 깔렸다고 봐야 한다.
손무는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전술이 전승(戰勝)을 위한 지혜라는 점을 후대에 알리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정부도 몇 해전 같은 메시지를 내놓은 적이 있다. 해양수산부가 만든 '거꾸로 세계지도'를 통해서다. 이 지도는 북반구를 아래쪽 남반구를 위쪽으로 배치해 기존의 틀을 180도 뒤집은 형태다.
통상의 일반 지도에선 대한민국은 대륙의 끝에 붙은 반도(半島)에 불과하다. 하지만 위 아래를 뒤집으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를 등 뒤에 두고 태평양으로 뻗어 나가는 기점(起點)이다.
같은 지정학적 위치이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관이 펼쳐지는 것이다. '거꾸로 세계지도' 역시 손자병법 우직지계처럼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차기 대선도 여태껏 시선과 사고에서 벗어나 바라보고 싶다.
역대급 비호감(非好感) 대선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신상 리스크가 만만치 않아서다.
두 후보는 주변 인물들의 송사 또는 수사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성남 FC 후원금 의혹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이 현재 진행형이다.
대선까지 사법 책임의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 같진 않지만, 누구보다 공정을 외쳤던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가족 리스크도 화약고임에 분명하다. 윤 후보에는 부인 김건희씨 허위경력, 주가조작 의혹에 무속 논란까지 더해졌다.
이 후보도 부인 김혜경씨 갑질 논란과 아들 '도박 논란'으로 연신 국민에 고개를 숙였다. 본인의 '형수 욕설'도 부담 거리다.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은 이래서 생겨났다.
그런데 이젠 국민이 아닌 후보들의 시선에서 대선을 보고 싶다. 그러면 '비' 자(字)를 뺀 호감 대선이 돼야 한다. '호' 자는 크게 꾸짖는 뜻으로 써야 맞다. 호감(號感) 대선이다.
네거티브에 가려 국민 삶을 위한 정책 대결이 실종된 대선판에서 여야 후보가 성난 민심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따끔한 질책을 해야 한다.
충청권으로선 최근 불거진 패싱 논란과 관련해 확실히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충청권이 수년간 논산 유치에 공을 들여온 육사를 TK로 이전하겠다고 해 생채기를 냈다. 윤석열 후보도 항공우주청 PK 설립, 사드 충청권 배치 발언으로 지역 민심을 들끓게 했다.
여든 야든 충청을 챙기는 척하면서도 한쪽에선 대선 표 계산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유야무야 어물쩍 넘어간다면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지 말란 법 없다. 눈물이 날 정도로 호된 질책과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논리적 설득이 있어야 충청의 밥그릇을 지킬 수 있다. 호감대선은 이래서 필요하다. <강제일 서울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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