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주니어보드'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전시청 MZ세대 공무원들. 왼쪽부터 임형아 홍보담당관실 주무관, 김인수 자연재난과 주무관, 노지원 정책기획관 뉴딜혁신팀장 |
실·국별로 신규공무원을 추천받거나 공개모집을 통해 근무경력 10년 미만의 MZ세대 공무원 20명이 구성됐다. 그중 김인수 자연재난과 주무관(4년차), 임형아 홍보담당관실 주무관(2년차)은 주니어보드의 의장과 부의장으로 활동했다. 처음 제안받았을 땐 생소했지만 비슷한 경력, 나이의 직원들과 만나 격 없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임 주무관은 "처음에는 단순히 '이게 싫다'로 나눴던 문제들이 회의를 거듭할수록 해결책으로 바뀌는 것도 재밌었다"며 "저희 시선으로만 바라봐서 한쪽으로 치우치진 않을까 걱정도 됐다"고 말했다.
2021년 주니어보드 구성원들은 조직문화 인식 설문조사를 하고 4개 분과별 정책기획관과 시장 및 실·국장, 과장 등과의 모임을 통해 설문결과를 공유하고 조직 변화의 방향과 필요성을 얘기했다. 역량 강화 워크샵도 가져 토의와 발표를 통해 조직문화 개선 아이디어와 혁신과제를 발굴하기도 했다.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김 주무관은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 이런 걸 해서 바뀌는 게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얘기도 나왔었다"며 "그래도 이야기하지 않았을 때는 계속 유지됐겠지만 저희가 목소리를 내고 알리다 보면 점점 바뀔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주니어보드 워크숍 당시 모습 |
팀별로 간부들의 점심을 챙기는 '국·과장 모시는 날'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팀원끼리 돈을 걷어 국장이나 과장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공직사회의 오래된 관행으로 일부 부서에서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었다.
직장생활에 쌓인 감정을 해소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기관 내 익명 자유게시판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주무관은 "이미 유성구청과 대덕구청에는 익명게시판이 있는 반면에 시청은 게시판이라 하면 노조 게시판이 전부"라며 "노조게시판은 일반 시민들까지도 볼 수 있어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 제약이 있는 만큼 직원 소통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유연근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상사 눈치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만큼 과장 이상 간부부터 주 1회 사용을 권했으며 스스로 휴가를 승인할 수 있는 '셀프 휴가 승인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주니어보드가 제시한 개선과제들은 사업실행이 가능하도록 부서별로 실행계획을 받고 주기적으로 진행 상황도 점검할 계획이다. 일련의 활동으로 이미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부서도 생겼다. 임 주무관은 "호칭제 개선을 위해 우리 부서에선 팀원들끼리 영어 이름을 정해 부르기 시작했고 명함에도 영어 이름이 적혀있다"며 "아직은 정착이 덜 돼 어색하긴 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꿈도 못 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주니어보드는 부서별로 문제가 상이한 만큼 실·국별로 확대하고 이후에는 5개 구청과의 협업도 고려 중이다. 노 팀장은 "이미 서구에선 주니어보드를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도 주니어보드 구성 움직임이 있다"며 "대전형 주니어보드 연합체를 만든다면 좋은 사례를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공직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상호존중과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임 주무관은 "실제 부서에서는 훨씬 폭넓은 나이의 스펙트럼이 있는데 그 속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며 "어느 한쪽을 섣불리 '꼰대'나 '요즘 애들'로 규정하기보다 그들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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