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
이제 '탄소중립 선언'만으로 '탄소중립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법과 제도가 준비돼 시행령이 곧 내려올 테고 이제는 실제적인 정책이 얘기돼야 한다. 이제 수립될 지역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이전과 달라야 한다. 온실가스 발생요소를 방관한 채, 감축 방법만 고민해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그에 맞는 도시전환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환의 기점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하나는 지역의 생태수용력이다. 지역의 산과 하천, 목초지나 농경지 등은 자원을 재생산하거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고 이는 기후위기에서 지역을 견디게 한 든든한 기반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지구에 남겨온 생태발자국이 한계치를 넘겨 기후위기를 초래한 이상, 이제는 지역의 생태수용력을 더 높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적어도 지역의 산과 하천이 비싼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자원'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해 이제는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 그 시작은 산림이나 농경지, 하천을 개발하는 사업에 '강력한 한계'를 설정해 규제하는 도시계획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도시계획을 기후위기 대응을 기준으로 다시 살피고, 지역생태에 기반한 개발계획들을 짚어보는 것이 맞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생태수용력을 높이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강화할 정책과 버려야 할 정책을 따져야 한다. 산에 드높은 타워나 시설을 만들고 자연하천에 없어도 될 제방을 쌓거나 아파트를 세워 경관을 사유화하는, 그야말로 산과 하천을 볼모 삼아 이익과 표를 얻으려는 정치공약들 또한 사라져야 한다. 이는 기후위기 현실을 외면한 그야말로 텅 빈 약속이다.
또 하나는 지역 생태공간의 공공성 확보다. 최근 월평공원 갈마지구 민간특례사업 취소처분에 대한 항소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개발사업자가 대전시 민간특례사업 취소 처분에 대해 낸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공원을 보전해야 할 공익이 사업자 측의 피해를 보호해야 할 사익보다 크다"는 취지로 대전시의 손을 들어줬다. 도시의 녹지공간을 누군가 사유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고, 뭇생명 또한 공존해야 할 곳임을 다시 상기시켜 준 판결이었다. 이미 시민들은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공론화 과정에서 '개발보다 보전'이라고 결정했었고 대전시는 그런 시민들의 뜻을 이행해가고 있다. 지역의 생태수용력을 높이며 도심 생태공간의 공공성을 확보해가는, 기후위기 시대에 행정이 해야 할 역할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생태수용성과 공공성을 고려한 정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도시전환에 있어 필수일 수밖에 없다.
물질적 풍요를 최우선으로 하기엔 우리에게 닥친 '기후위기'라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우리에게는 이제 이전과 다른 풍요로움이 필요하다. 녹색평론 편집인이었던 고 김종철 님의 '내 목소리를 낮춰야 들리는 새들의 노래와 벌레들의 소리, 풀들의 웃음과 울음'이야 말로 '세상을 진실로 풍요롭게 한다'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탐욕'이라는 바이러스가 우리를 이러한 풍요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경고는 바로 지금, 우리에게 향한 경고다. 멀리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지역의 산과 농경지에 송전탑을 박아 온 전기를 써야 하는 방식이, 산에 높은 타워와 모노레일을 만들고 하천에 시설물을 만들자는 제안이 과연 '우리 모두'를 풍요롭게 하는 것인지 반문해야 한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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