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은 2021년 6월 29일부터 8월 15일까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열고 기증 받은 40여점의 미술작품을 선보였다. 사진은 이응노 화백의 '군상' 전시모습. <사진=한세화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로 대전시가 3년에 걸쳐 추진키로 했던 '2019 대전방문의 해'가 흐지부지되고, 시립오페라단과 시립극단 등 시립 예술단의 민선 7기내 사업이 무산되는 등 각종 문화, 관광 정책이 동력이 잃어가는 상황에서 이건희 컬렉션마저 충청을 배제하면서 대전시의 소극적인 문화정책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6일 문체부와 지역미술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소장품기획전_세기의 만남'을 주제로 광주와 부산, 창원을 전국순회 첫 지역으로 결정했다. 이응노와 임직순 지역작가와 천경자, 김환기, 서세옥, 황유엽 등 40여 점을 기증받은 광주시립미술관은 지난해 두 달간의 특별전에 이은 두 번째 전시다.
19점의 작품을 기증받은 전남도립미술관은 올해 리움미술관과의 협업에 이어 내년 초 이건희소장전이 예정돼 있으며, 광주와 마찬가지로 2021년 9월 1일부터 11월 7일까지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 특별전에 이어 두 번째다.
경기미술관은 내년 6월 예정, 전북도립미술관도 내년 전시를 위한 논의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립미술관과 대구미술관도 2023년 하반기부터 소장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제주 이중섭미술관은 지난해 9월 초부터 진행 중인 '이건희컬렉션:이중섭 특별전'을 3월 6일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전국 순회전시 우선순위 배제와 관련 대전시립미술관 측은 공식적인 논의 자리에서 유감을 드러냈다는 입장이지만,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인 다른 지자체 산하 미술관들과는 대조적일뿐더러, 올해와 내년 상반기 내 전시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순위는커녕 사실상 제외되는 게 아니냐는 게 예술계의 관측이다.
지역예술계 인사는 "단 한 점도 기증받지 못한 대전·충청권을 순회일정에 우선순위로 배정하는 건 지역의 중부권 문화향유를 위한 당연한 일"이라며 "기증받은 지역 중심으로 일정을 맞춘 것 자체가 곧 치러질 선거의 중원 표심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의 경우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 미술관들이 제값 주고 살 수 없을뿐더러, 추가 기증을 기약할 수 없기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친 셈"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아랫지방부터 차례로 올라오는 일정이며, 국립현대미술관장 교체 시기인 만큼 이후 일정이 조정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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