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챈스일병의 귀환' 방송 예고 화면 |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형식의 미국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Taking Chance, 2009)'. 2004년 이라크 전에서 전사한 미 해병대 챈스 펠프스 일병의 유해 호송에 자원한 마이클 스트로블 중령이 1주일 동안의 여정을 기록한 이 영화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영웅을 어떻게 예우해야 하는지를 잔잔히 깨우쳐 준다.
유해 운구를 위해 노스웨스트항공 탑승을 대기하는 마이크 중령. 항공사 여직원은 그가 운구 담당자라는 것을 알자 비행기 좌석을 1등석으로 준비했다며 따뜻히 말을 건넨다.
"당신의 희생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보안검색대 요원은 군복에 달린 훈장을 떼지 않고 명예를 지키도록 칸막이 안에서 보안 검색을 대신하도록 배려해 준다.
챈스 일병의 유해를 비행기에 싣는 장면에서 운구 옆에 서 있던 직원이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한다. 다른 비행편으로 갈아타기 위해 하룻밤을 자야 하는 마이크 중령은 공항 직원이 호텔까지 택시를 부르겠다는 걸 만류하며 챈스 일병 유해 옆 간이침대에서 밤을 지샌다. 다음날 비행기를 갈아타는 마이크 중령에게 조종사는 자신도 사막의 폭풍작전 때 A-10전폭기 조종사로 참전했었다며 경의를 표하고, 목적지에 도착하자 기장은 안내방송을 한다.
"승객 여러분, 잠시만 더 자리에 앉아 계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비행하는 동안 전사한 해병대원을 운구하게 되는 영광을 갖게 되었습니다. 잠시 불편하시더라도 호송하는 중령께서 내리는 동안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신 후에도 조의를 표하는 마음을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운구 과정에서 만난 미국인 모두는 첸스 일병과 마이클 중령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한다. 이라크 전에서 전사한 친구를 그리워하며 전사자 운구 담당 운전기사로 일하는 청년, 중년의 항공사 여직원, 잠시 마주친 어린이들, 유해 탑승과 하차를 맡은 공항 직원들, 평범한 비즈니스맨과 젊은 여성 승객, 자신의 십자가를 유족에게 전해달라는 스튜어디스, 모두 챈스 일병 유해를 향해 영웅의 예우를 다한다.
챈스 펠프스 일병의 고향으로 가는 도로에서 성조기에 싸인 관을 본 트럭 운전사는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하며 선도 차량으로 호송하고, 뒤따르는 모든 차량들은 전조등을 켜고 조의를 표한다.
고향에선 챈스를 뽑았던 모병관과 챈스가 죽을 때 옆에 있었던 선임 병사, 그리고 챈스가 살던 마을의 한국전쟁 참전 제1해병사단 출신 동네 할아버지 모두 챈스 펠프스 일병에게 영웅으로 예우한다.
'대부분의 해병들이 쇼처럼 허세를 부릴 때, 챈스 일병은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낮추어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의 밝은 미소와 다정함은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분명했습니다. 그는 동료들에게 부드러웠던 만큼, 전투에서는 용맹했습니다. 그가 영웅적으로 전사했다는 것을 꼭 알아주십시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영웅으로 살았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컬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만약 세상에 챈스 펠프스 일병 같은 이들이 더 많다면, 해병대는 더 이상 필요치 않을 거란 사실을 말입니다.'
챈스 펠프스 일병의 소대장이 전하는 편지는 그가 진정한 미국과 미국인의 영웅이었음을 마지막으로 전한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천안함 피격 직후였다. 천안함 피격 한달 째이던 2010년 4월 26일 KBS 1TV에서 긴급 편성해 천안함 추모 특선영화로 방영했고, 2개월 뒤 6월 6일 현충일 특선영화로 KBS 2TV에서 한 번 더 방영했다.
그러나 당시 천안함 46용사들과 생존자들은 이 영화와는 정반대로 온갖 음해와 의혹을 앞세운 공세에 시달렸고 생존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고통은 외면한 채 패잔병으로 몰기도 했고, 온갖 가짜뉴스로 음해하기도 했다. "진보는 우리를 외면했고, 보수는 우리를 이용하려 했다"는 천안함 생존자들의 절규가 아직 귓전에 쟁쟁하다.
이제 한달 후면 국민이 권한를 위임하여 나라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다가오고 3월 26일이면 천안함 12주기이다. 언제나 우리는 설이나 추석 조상 성묘와 함께 국립현충원 무명 독립유공자와 용사들로부터 우리 영웅들을 참배하는 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
오는 대선에서 후보 선택 기준을 하나만 꼽으라면 필자는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영웅을 제대로 예우하고 보상하는 후보를 선택하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에 헌신하고도 유공자 인정을 자신이 직접 입증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보훈처를 보훈부로 승격하고 국가가 유공자를 심사하고 인정해주는 것을 비롯, 국가보훈 체계를 혁신할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다.
역사와 국민을 진심으로 두려워할 줄 아는 리더십이 진정 국민을 위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심상협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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