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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아이가 입 밖으로 대는 단어도 '엄마'다.
영화 '마더(mother)'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자연이자 세계로 구현된다. 최초에 '마더'가 있었고, 그 안에서 이기적인 인간으로 상처받고 소멸하는 세계.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지 또 다른 '마더(mother)'에서도 어머니는 그렇게 위대한 모성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 위대한 존재는 어느 순간 집에서 가구처럼 무시 받기도 하고, 누군가를 모욕하는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
이 세계에서 엄마로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여자에서 엄마에게 부여되는 역할은 정당할 것일까.
가장 위대하면서도 가장 낮은 존재인 '엄마', 그리고 근원적 존재인 '여성'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소설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박서련 지음, 민음사 펴냄, 256쪽)은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을 통해 모성 이데올로기, 돌봄 노동, 가부장제 등 여성의 삶에 대해 얘기한다면 '복동이 사라졌다'(조정희 지음, 북갤러리 펴냄, 253쪽)는 어느 날 사라진 '엄마'의 부재를 통해 흩어져 있던 집안의 가정이 모이는 가정을 그리고 있다.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공고히 자리 잡은 박서련의 데뷔작'미키마우스 클럽'부터 젊은 작가상을 받은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까지 일곱 편의 작품을 묶은 소설집이다. 여성의 자유와 삶이라는 근원적인 고민을 중심에 두고, 다채로운 여성 서사로 확장해 나가는 작가는 시작도 끝도 없이 복잡하게 얽힌 부조리 속에서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문제의식을 던진다.
사랑이 자원이 되는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이나 '미키마우스 클럽'은 청소년기 자녀를 둔 엄마를 둔 모성애를 바탕으로, '곤륜을 지나', '기미'는 여성의 돌봄 노동을 그리며 우리 사회에게 부여하는 여성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사회적 욕망 속에서 강요받는 모성애, 그리고 여성 역할에 대한 의문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젠더 갈등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작동하는 '룰'의 문제임을 제기한다.
결국 우리 역시 강요하고, 강요받은 사회 시스템 속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임을 말하는 책은 그래서 명쾌하고 산뜻한 결말이 아닌, 답답하고 묵직한 숙제 같은 잔상을 남긴다.
▲복동이 사라졌다=사 남매를 둔 엄마 복동은 가짜 '미투(Me Too)'열풍으로 교사인 둘째 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그 아들의 죽음으로 날마다 술로 살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이 있다.
복풍이 그 폭풍 같은 시간을 견딘 것은 그나마 남은 자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죽지 못해 산다는 마음으로 혼자 계절을 맞이하며 살아온 복동이 어느 날 사라져 버리자, 자식들이 하나둘 고향집에 모여든다. 각자 삶의 방편에 따라 살던 자식들은 엄마가 사라진 후에야 그동안 잊고 지냈던 엄마의 생각 저편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소설 '복동이 사라졌다'는 함께 있을 때 공감하지 못했던 엄마를, 부재 후에야 이해하고 느끼는 과정을 담았다. 비로소 이해하자 사라져버린 엄마라는 존재는 집 자체이자, 근원이다.
1인 세대 혹은 부부와 미혼의 자녀만으로 구성된 핵가족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요즘 시대에 가족이란 무엇인가, 엄마의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남긴다.
오희룡 기자 huily@
*'올랑올랑'은 가슴이 설레서 두근거린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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