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올랑 새책] 가장 고귀하고도 가장 낮은 존재 '엄마에 대하여'

  • 문화
  • 문화/출판

[올랑올랑 새책] 가장 고귀하고도 가장 낮은 존재 '엄마에 대하여'

당신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복동이 사라졌다

  • 승인 2022-02-02 13:49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복동
▲게티이미지뱅크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말은 대개가 '엄마'다.

태어나 처음 아이가 입 밖으로 대는 단어도 '엄마'다.

영화 '마더(mother)'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자연이자 세계로 구현된다. 최초에 '마더'가 있었고, 그 안에서 이기적인 인간으로 상처받고 소멸하는 세계.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지 또 다른 '마더(mother)'에서도 어머니는 그렇게 위대한 모성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 위대한 존재는 어느 순간 집에서 가구처럼 무시 받기도 하고, 누군가를 모욕하는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

이 세계에서 엄마로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여자에서 엄마에게 부여되는 역할은 정당할 것일까.

가장 위대하면서도 가장 낮은 존재인 '엄마', 그리고 근원적 존재인 '여성'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소설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박서련 지음, 민음사 펴냄, 256쪽)은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을 통해 모성 이데올로기, 돌봄 노동, 가부장제 등 여성의 삶에 대해 얘기한다면 '복동이 사라졌다'(조정희 지음, 북갤러리 펴냄, 253쪽)는 어느 날 사라진 '엄마'의 부재를 통해 흩어져 있던 집안의 가정이 모이는 가정을 그리고 있다.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공고히 자리 잡은 박서련의 데뷔작'미키마우스 클럽'부터 젊은 작가상을 받은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까지 일곱 편의 작품을 묶은 소설집이다. 여성의 자유와 삶이라는 근원적인 고민을 중심에 두고, 다채로운 여성 서사로 확장해 나가는 작가는 시작도 끝도 없이 복잡하게 얽힌 부조리 속에서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문제의식을 던진다.

사랑이 자원이 되는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이나 '미키마우스 클럽'은 청소년기 자녀를 둔 엄마를 둔 모성애를 바탕으로, '곤륜을 지나', '기미'는 여성의 돌봄 노동을 그리며 우리 사회에게 부여하는 여성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사회적 욕망 속에서 강요받는 모성애, 그리고 여성 역할에 대한 의문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젠더 갈등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작동하는 '룰'의 문제임을 제기한다.

결국 우리 역시 강요하고, 강요받은 사회 시스템 속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임을 말하는 책은 그래서 명쾌하고 산뜻한 결말이 아닌, 답답하고 묵직한 숙제 같은 잔상을 남긴다.



▲복동이 사라졌다=사 남매를 둔 엄마 복동은 가짜 '미투(Me Too)'열풍으로 교사인 둘째 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그 아들의 죽음으로 날마다 술로 살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이 있다.

복풍이 그 폭풍 같은 시간을 견딘 것은 그나마 남은 자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죽지 못해 산다는 마음으로 혼자 계절을 맞이하며 살아온 복동이 어느 날 사라져 버리자, 자식들이 하나둘 고향집에 모여든다. 각자 삶의 방편에 따라 살던 자식들은 엄마가 사라진 후에야 그동안 잊고 지냈던 엄마의 생각 저편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소설 '복동이 사라졌다'는 함께 있을 때 공감하지 못했던 엄마를, 부재 후에야 이해하고 느끼는 과정을 담았다. 비로소 이해하자 사라져버린 엄마라는 존재는 집 자체이자, 근원이다.

1인 세대 혹은 부부와 미혼의 자녀만으로 구성된 핵가족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요즘 시대에 가족이란 무엇인가, 엄마의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남긴다.
오희룡 기자 huily@

*'올랑올랑'은 가슴이 설레서 두근거린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