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1년을 앞둔 1월 27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민생에 힘이 되는 법무행정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사진=법무부 제공) |
-'현장 박범계'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정책을 현장에서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지난 1년 법무부장관 역할 소회는?
▲민생에 힘이 되는 법무행정을 실현하겠노라고 지난해 2월 취임식에서 밝혔다. 종이 보고서를 받아서 파악하는 것보다 정책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문제점을 찾고 개선방향을 도출하는 데 눈과 귀가 되어 주었다. 취임식 직전에 코로나19 집단감염 서울 동부구치소를 방문해 방역대책을 논의한 것을 비롯해 최근까지 134회 현장을 찾았다. 광주에서 아파트 붕괴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사람 목숨이 재해로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정성을 기울여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다짐을 새겼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눔으로써 아동학대 관련 제도개선이나 중대 안전사고 실효적 대응체계 구축처럼 국민의 생명, 인권 보호와 직결된 법무부의 역할이 깊고도 넓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는 법무부 여러 실·국이 실효적인 정책을 만들어 활성화하도록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법무부가 검찰의 사무 뿐만 아니라 인권보호, 외국인정책, 범죄예방, 교정 등에서 직원들의 움직임이 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1인 가구에 맞춰 법제를 개선하고 디지털성폭력처럼 젠더 폭력범죄에 대한 사전대응 체계를 마련하면서 법무부의 역할이 전과 달라졌다는 평가인데?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부터 민생에 힘이 되는 법무행정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발맞춰 국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법무행정 혁신은 특별히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사회적 공존을 위한 1인가구 TF를 출범하고,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 상속권 상실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독신자의 친양자 입양 허용,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삭제하는 내용의 입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집합금지 등의 조치로 폐업한 상가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고, 가정폭력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에 대한 증명서의 교부·발급 등에 일정한 제한을 설정하는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했다. 젠더폭력 전문가로 구성된 법무부장관 자문기구인 젠더폭력처벌법 개정 특별분과위원회를 지난달 출범해 위헌결정된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영상 관련 법 개정과 데이트폭력 피해자 보호, 스토킹처벌법 등 젠더폭력 관련 법제도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피해자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국선전담변호사를 올해 12명 증원시켜 피해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앞으로도 성범죄 처벌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메타버스(가상현실) 등 사이버 공간에서 비신체적 성폭력 처벌을 위한 '성적인격권' 침해행위 처벌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피해자 인권보호와 성범죄 예방활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검찰에 산업재해와 안전분야 전문가를 기용하려다가 보류했는데, 시민안전에 대한 검찰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근 광주 신축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처럼 중대 안전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평택항 고 이선호씨 사망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됐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은 피고인 절반 가까이 무죄 판결이 내려지는 등 이제는 중대 안전사고에 대한 검찰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하는 떨어짐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는데, 건설현장에서 라이프라인(생명띠)의 착용을 특별 계도하고, 이를 위반한 안전사고 발생시에는 엄정한 대응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중대재해와 노동인권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감수성이 높은 검사가 양성되어야 하고, 효율적인 초동수사 방안, 실질적 양형인자 발굴, 새로운 위험에 대한 법리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이번에 대검찰청에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중대재해 관련 자문기구를 설치하고, 검찰총장은 자문기구의 권고사항을 실효적으로 이행하기로 했다. 최근 인사에서 부장검사 연구관 2명을 이미 자문기구에 배치했다. 그동안 선거와 노동 관련 검사라면 노동인권 보호보다 분규에 대해 엄단하는 쪽으로 전통을 이어왔으나, 이제는 노동인권 친화적인 검사를 양성할 것이고 검찰 공안부의 대전환을 시작하는 의미가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021년 2월 10일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상황과 출국대기실 운영실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제공) |
▲먼저 최근 공주교도소 수용자 사망사고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족들께 심심한 조의를 전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교정기관을 대상으로 폭행사고 예방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잘못된 관행과 조직문화 등의 주요 교정사고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교정본부에 교정공무원들과 허심탄회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달라는 요청을 했다. 교정은 기계적 형 집행에서 그치지 말고 깨우쳐서 재범가능성 없이 출소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이는 아주 숭고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법무부 내에서도 교정국은 1만6000명이 소속된 가장 큰 조직이면서 혁신이 필요한 분야다. 이번 공주교도소 사건은 과거 교정행정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습에서 혁파할 일부 현상 드러난 게 아닐지 감찰을 진행 중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1단계 검찰개혁을 안정적으로 완료한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남은 검찰개혁 목표는 무엇인가?
▲제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의 검찰개혁은 상당부분 완성이 되었다고 보고, 이제는 새로운 제도가 현장에서 뿌리내려 제대로 기능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검찰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검찰 조직문화의 개선이고, 이미 작년에 이루어진 보고체계 개선을 통해 인권과 적법절차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검찰이 새롭게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인권보호관을 확대하고 사법통제 업무를 전담하는 인권보호부를 신설해 국가의 사무를 대신하는 공익대변인으로서 검찰이 될 것이다. 검찰개혁에 남은 부분은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을 해체해 대안으로서 기능을 재설계하는 것이 마지막 임무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곳에서는 정보 수집과 검증을 분리하고 업무처리를 투명화하며 최종적으로 수사를 위한 정보수집이 되도록 하겠다. 대선과 다음 정권의 출범까지 남은 기간에 인권보호부 등 신설된 조직의 운영성과를 점검하고, 검찰의 수사정보 활동을 수집과 검증 기능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를 완료하는 등 과제를 담담하게 마무리해 나갈 생각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021년 12월 2일 인천구치소를 방문해 중앙통제실과 의료수용동, 변호인접견실, 민원실 등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제공) |
▲대전교도소 이전사업은 대전지역 수용자 인권향상 및 대전 도심권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다. 2017년 12월 이전대상지를 유성구 방동으로 확정하고, 2018년 11월 법무부와 대전시·LH가 업무협약을 체결해 이전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간 어려움을 겪었던 사업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법무부와 대전시·LH 간 12차례에 걸친 실무협의를 통해 지난 11월 사업수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개발제한구역 관련 협의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현재 LH에서 위탁사업시행에 필요한 경영투자심의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 법무부와 대전시·LH가 사업시행협약을 체결해 2027년 사업을 완료를 목표로 착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성구 방동 일원에 부지 91만㎡를 확보해 사업비 6730억원을 투입해 3200명을 수용할 시설을 마련할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다. 또 지금의 대전교도소 부지는 국유지 위탁개발사업 방식으로 국유지는 LH가 개발하고, 그 외는 대전도시공사가 개발할 예정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월 3일 경기도 과천지식정보타운 공사 현장을 방문해 안전대 착용 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제공) |
▲국회의원때는 많은 부분에 관심 갖고 내 생각을 과감하게 주장했으나, 결실을 맺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장관을 맡아 1년간 책임을 이행하면서 말 한마디가 천금처럼 중요하고 오판으로 인해 시행착오가 발생하면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깊이 새기게 되었다. 하루하루 긴장되고 격무가 이어져 힘들지만, 정책이 구체적으로 이행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며 견디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도 받고 있으나 이 자리를 빌어 광역단체장 출마를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생각뿐이라는 것을 말씀드린다. 또 당내에서 동일지역 3선 초과연임 제한 등의 현안에 대해서도 제 생각은 분명하게 갖고 있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장관을 그만두면 제 생각을 밝힐 기회가 올 것이다. 지금은 장관으로서 민생에 힘이 되는 법무부를 만드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남은 임기 법무부 장관으로서 역점 추진사항과 향후 계획은?
▲국내에 머물며 연구하고 기술을 배우는 외국인 석·박사급 인재가 대략 3000명 정도다. 이들에게 한국에 장기체류할 기회를 부여한다면 상당수가 국내에 정착할 것으로 전망한다. 외국인정책을 개선해 외국인 인재를 적극 수혈해 산업인력으로 활용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청년 스타트업 창업지원을 위해 법무부가 전용 플랫폼을 개통한다. 창업할 때 법률적 리스크를 확인하고 지원하는 플랫폼인데 법무부라고 청년과 창업이라는 국가 어젠다를 외면할 수는 없다. 제가 청년 창업인들을 적극 만나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가려는 노력이다. 계속해서 국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민생에 힘이 되는 정책들을 마련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방향으로 법무행정 혁신을 과감히 추진하겠다.
대담=고미선 사회과학부장·정리=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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