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과학수도 대전에서도 대선 후보자가 참여하는 과학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미래 과학기술을 이끌어나갈 KAIST 학생을 비롯해 국내 20여개 과학기술 단체가 주최 주관한 자리다. 오랜 시간 준비한 질문을 훑어보니 그동안 과학기술계 현안이자 문제점을 요목조목 제법 잘 정리한 모양새였다. 대선 후보자들의 답변이 궁금해지는 질문이었다. 토론회가 기다려졌고 후보 입을 통해 어떤 생각과 철학이 나올지 짐짓 기대됐다. 그러나 기대는 금방 무너졌다. 여야 두 후보가 토론회 자리에 직접 참여하지 않다고 일찍이 선을 그으면서다.
그렇게 진행된 토론회는 김이 샌 것을 넘어 맥이 풀리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재명 후보 대신 참여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을 잊지 못한 듯 기업 지원 발언만 쏟아냈다. 애초 '대선후보에게 직접 묻고 듣는 과학정책 대화'에 대선 후보가 오지 않겠다고 했을 때부터 예측 가능한 모습이었다. 윤석열 후보 대신 참여한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비판하며 입을 뗀 후 알맹이 없는 말들만 쏟아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 중인 것을 알았을 테지만 발언 중 전화를 받는 태도도 보였다. 다른 후보와 다르게 1·2부로 진행되는 토론이 1부 없이 바로 2부로 넘어갔는데 연유를 물어보니 캠프 측이 2시간가량 소요되는 시간 단축을 요구했다고 한다. 당초 심상정 후보가 참여한다고 했던 정의당은 당시 선거 캠페인을 중지하면서 토론회에 불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소신 있는 발언으로 과학기술인의 호응을 받은 것만 빼면 안타깝지만 반쪽도 안 되는 토론회였다.
토론회 이후 주요 후보에게 서운하고 괘씸하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말로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부르짖는 게 아니라면 늦게라도 이 아쉬움을 상쇄시키기 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앞으로의 토론을 기다려 본다.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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