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07강 근화지향(槿花之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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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07강 근화지향(槿花之鄕)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2-0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107강: 槿花之鄕(근화지향) : 무궁화 꽃의 나라

글 자 : 槿(무궁화나무 근) 花(꽃 화) 之(관형격조사 ~~의) 鄕(시골 향)

출 처 : 〈최문창후문집 崔文昌候文集〉 제1권 외 여러 문헌

비 유 : 대한민국의 다른 이름의 대표적 표현





우선 고사성어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새해 인사드립니다.

"임인년(壬寅年) 건강하시고 소망하신 바 모두 이루세요. 그리고 가정의 만사형통(萬事亨通)을 기원 드립니다." 정중한 마음으로 장상현드립니다.

오늘이 임인년(壬寅年) 정월 초하루 날이다.

일명 '검은 호랑이[黑虎]해'라고도 한다. 이는 천간(天干)의 壬(임)이 색깔로는 검은 색을 나타내는 해이며, 지지(地支)로 寅(인)이 호랑이니까 검은 호랑이가 되는 것이다. 올해는 특별히 대통령선거가 있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해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올바른 지도자를 뽑아 천년왕국의 기틀이 되도록 함께 지혜를 모으고 힘써야 될 것이다.

한 나라의 공식적인 표상으로서는 국기(國旗)와 국가(國歌), 국화(國花), 국새(國璽), 국가문장(國家紋章)을 국가의 상징으로 하고 있다.

그중 우리나라는 국화를 무궁화로 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무궁화 글자가 들어간 '근화지향(槿花之鄕)'은 우리나라를 뜻하는 다른 표현으로 사용되어 왔다. 혹 '근역(槿域)'이라고도 표현하며 이는 무궁화를 주칭(主稱)하는 용어임을 알 수 있다.

'무궁화(無窮花)'는 우리나라 국화(國花)로 우리 민족과 오랜 역사를 함께한 꽃이다.

이런 무궁화가 국가와 민족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것은 오래 전 부터이다.

이제 무궁화의 역사와 무궁화가 나라의 표상이 되기까지 옛 문헌에 나타난 무궁화에 대한 모든 것을 상기해 보자.

세계 각국의 나라꽃 역사는 200년 안팎이다. 18~19세기 무렵 국가상징 개념이 도입되면서 부터이다. 당시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근대국가로의 전환, 민주주의 확산과 대중정치 출현 등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880년대들어 국가 상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국가상징 표현의 추세에 따라, 國旗는 '태극기(太極旗)'로 1883년에, 국가(國歌)는 애국가(愛國歌)'로 1902년에 제정, 공포되었다. 그러나 무궁화는 달랐다. 무궁화는 국가 상징으로써 이미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槿花鄕(근화향/무궁화 나라)'은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이르는 말이었고, 그 시작은 신라(新羅)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新羅) 효공왕(孝恭王) 원년[897년] 당(唐)나라 광종(光宗)에게 보낸 국서(國書)에 "槿花鄕(근화향)의 염치(廉恥)와 예양(禮讓)이 스스로 침몰하고 발해의 독기와 심술은 더욱 성할 뻔하였다.(必槿花 鄕廉讓自沈 ?矢國毒痛愈盛/필근화 향렴양자침 호시국독통유성)"라는 기록이 <최문창후문집(崔文昌候文集)> 외 <동인지문사록> <동문선> <동사강목> 등 다수 문헌에서 나타난다.

우리나라 사람 스스로가 이를 사용한 것으로는 최치원(崔致遠)이 그의 글인 〈사불허북국거상표 謝不許北國居上表〉에서 발해를 오랑캐의 나라로 비하시키면서 신라는 '근화향'이라 하여 자부심을 나타낸다. 이로 미루어 일찍부터 우리나라가 무궁화의 나라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

신라는 국호 대신, 근화향으로써 무궁화 나라를 자처했다. 이후 고려(高麗) 때에는 "본국을 근화향이라 일컬었다.(稱本國爲槿花鄕(칭본국위근화향)"는 기록 역시 <지봉유설> <해동역사>등 여러 문헌에서 확인된다. 당시 '근화향(槿花鄕)'은 곧 고려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1,600년대 초부터의 외교문서를 집대성한 '동문휘고(同文彙考)'에도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말로 '근화지향(謹話之鄕)'. '근향(槿鄕)'. '근역(槿域)'등의 표현이 빈번히 발견된다. '무궁화 나라'라는 의미를 가진 다른 명칭들인 것이다.

이처럼 신라. 고려. 조선 시대 모두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 나라가 국호를 대신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이 편찬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우리나라 호칭을 조선(朝鮮). 해동(海東). 대동(大東) 등으로 소개하면서 근화향을 함께 언급한 기록은 앞선 사료들에게 분명함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록들에서 유의해 살펴 볼 점이 있다. 바로 "근화향(槿花鄕)"이란 이름의 표기가 국가 간 공식 외교문서(外交文書)에 사용됐다는 사실이다.

중국, 일본 등 외국에 보내는 나라문서에 '근화향(槿花鄕)' 등이 언급된 것은 당시 국내는 물론이고 상대국에서도 무궁화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통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무궁화는 수명이 30~40년 정도로 짧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100년 전·후의 고목이 전국적으로 몇 그루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굵고 오래된 무궁화는 강릉 사천면 방동리 강릉박씨 종중(宗中)재실(齋室)안에서 자라는 천연기념물 520호 무궁화다. 머릿돌에 의하면 키 4미터, 밑동 둘레가 약 150센티미터(거의 한 아름)이며 나이는 120년으로 짐작된다. 그 외에 백령도 중화동교회의 천연기념물 521호 무궁화가 있고, 남원 산동면 대상리 및 홍천 고양산 중턱에도 크고 오래된 무궁화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인터넷 자료 참조)

무궁화 꽃은 잎은 깊게 세 갈래로 갈라지며 어긋나기로 달린다. 다섯 장의 꽃잎이 서로 반쯤 겹쳐져 작은 주먹만한 꽃이 핀다.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는 양성화이며, 꽃잎의 안쪽 가운데는 품종에 따라 붉은색 무늬가 생기는데, 흔히 '단심(丹心)'이라고 부른다. 무궁화는 새벽에 피기 시작하여 정오를 지나면서 활짝 피고, 해거름에는 오므라들어 다음날이면 땅에 떨어진다. 여름에서부터 늦가을까지 거의 3~4개월이나 피는데, 매일 새로운 꽃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무궁화는 세계적인 정원수로서 수많은 품종이 있고, 장려하는 종류만도 20여 종이 넘는다. 색깔로 본다면 붉은색, 분홍색, 보라색, 흰색이 있으며 홑꽃과 겹꽃도 있다. 그중 나라꽃의 표준으로 정한 것은 분홍 꽃잎 가운데 붉은 무늬가 생긴 홍단심과 흰 꽃잎 가운데 역시 붉은 무늬가 들어간 백단심이다.

무궁화는 약재로도 쓰였다. 《동의보감》에 보면 무궁화 껍질은 "장풍으로 피를 쏟는 것과 이질을 앓은 뒤에 갈증이 있는 것을 멈추게 한다. 곳곳에 있으며 달여 먹으면 잠을 자게 한다"라고 하였으며, 꽃은 "적백이질과 장풍으로 피를 쏟는 것을 낫게 하는데, 볶아 쓰는 것이 좋다. 달여서 차 대신 마시면 풍증을 낫게 한다"라고 나온다.

나라를 사랑함에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목숨바쳐 조국을 지켜야하지만 평화로운 세상일 때에는 국가가 지정한 국기 게양의 날 빠짐없이 태극기를 게양하고, 관공서에 매일 게양된 태극기를 볼 때마다 잠시 마음속으로 국가를 생각하며, 각종 행사시 애국가는 반드시 4절까지 불러야 애국심이 생긴다. 그리고 국화(國花)인 무궁화를 사랑하고 널리 보급하는 일에 동참하면 되는 것이다.

지나간 이야기로 태극기를 한반도기(韓半島旗)로, 애국가를 아리랑으로 바꾸어야 된다는 움직임이 있을 때 필자는 마음 속에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미 선조들께서 심사숙고하여 정한 것을 잠시의 환경변화에 따라 국가상징을 바꾼다는 얄팍한 생각에 심사가 틀렸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국운상승(國運上昇)의 임인년(壬寅年)을 세계 일등국가가 되는 동력의 해[年]로 삼아 모든 국민들이 나라사랑에 성의를 다하여 무궁화와 같은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드려 본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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