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성공을 바라며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성공을 바라며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2-01-27 17:40
  • 신문게재 2022-01-28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허블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을 역대 최대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이 마침내 목적지인 라그랑지 지점 L2에 도달했다. 지난 29일간의 여정 동안 이 우주망원경은 까다롭고 백여 단계에 이르는 어려운 작업을 수행했다. 인공위성이 발사된 후 태양전지판을 펼치고 안테나의 방향을 조정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햇빛가리개를 펼치고 관측할 수 있는 상태로 망원경을 짜 맞추는 과정이었다.

발사 후 3일째부터 햇빛가리개를 펼쳤는데, 6일 동안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할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다. 햇빛가리개는 복합재로 만들어진 테니스장 크키의 얇은 막 다섯 층이 약 45㎝ 간격으로 구성되어 있어 펼치기가 쉽지 않다. 몇 년 전에 지상에서 펼치는 시험을 하는 도중 찢어져서 발사가 연기되기도 했다. 햇빛을 직접 받는 첫 번째 막은 펼쳐진 후 온도가 섭씨 110도까지 올라가지만, 망원경과 가장 가까운 다섯 번째 막은 열이 차단돼 섭씨 영하 237도까지 낮아진다. 현재는 영하 210도까지 내려가는 데 성공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작업이 있다. 망원경의 광축을 맞추는 일이다. 발사 후 10일 차부터 뒤로 젖혀져 있던 주경의 조각거울 6장을 앞으로 돌리고, 부경을 지지하는 3개의 막대를 펼쳐 주경과 부경의 위치를 맞춘다. 이때 18개의 조각거울로 이루어진 주경은 마치 한 장의 비구면 거울처럼 배열돼야 하는데, 기준면으로부터의 높이 차이가 30나노미터 이내여야 한다. 이는 머리카락 두께의 1/3000 정도로 정밀한 작업이다. 높이뿐만 아니라 방향과 회전도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조각 거울의 뒷면에 정밀한 모터들이 설치돼 있어 미세조정을 할 수 있는데 앞으로 5개월 동안 조각 거울들을 조정, 정렬할 예정이다. 조각 거울 망원경 기술은 지상용 대형망원경에서는 30여 년 전부터 활용한 기술이지만, 우주망원경에는 처음 적용된다. 성공적으로 정렬이 이뤄져서 선명한 상을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위해 11조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됐다. 미국 나사(NASA)가 대부분을 부담했고, 유럽과 캐나다가 일부 참여했다. 접었던 대형망원경을 펼치고 햇빛가리개를 설치하는 등 이전 우주망원경이 시도하지 않았던 신기술이라 개발하는 데 약 2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비용도 예정보다 훨씬 더 많이 들었다.



한국도 개발에 참여했는지 많이 궁금해 한다. 한국은 참여하지 못했다. 이 망원경 개발에 10%의 지분 참여를 한다 하더라도 분담금은 1.1조 원이나 된다. 기술 측면에서는 독자 개발은 아니어도, 공동개발을 할 정도의 수준은 된다고 판단한다. 우리 우주개발은 우리별 인공위성을 개발했던 1990년대부터 시작했다. 우주망원경의 개발은 10여 년 늦은 2000년대에 와서 시작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소형 자외선 카메라를 개발해 과학위성 1호에 실은 2003년을 시초로 볼 수 있다. 이후 적외선 영상시스템과 영상분광기를 개발해 과학위성 3호와 차세대소형위성에 탑재했고, 기술적 발전과 과학적 성과를 거뒀다.

현재는 지구 고층대기의 과학연구를 하는 도요샛 위성을 올해 발사할 예정이고, 태양연구용 기기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달 표면을 편광 관측하는 카메라를 개발 중이며,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를 위한 우주망원경(SPHEREx) 개발 등 다양한 국제 공동개발 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연세대를 비롯한 국내 대학들도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비록 20년의 짧은 기간이지만 우주망원경 개발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우리에게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같은 대형 우주망원경을 공동개발하게 될 날이 조만간 올 것을 기대한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한국의 천문우주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매일 과학연구와 함께 우주기술을 연마하고 있으니 그날도 그리 멀진 않을 것이다.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1.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2.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