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발사 후 3일째부터 햇빛가리개를 펼쳤는데, 6일 동안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할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다. 햇빛가리개는 복합재로 만들어진 테니스장 크키의 얇은 막 다섯 층이 약 45㎝ 간격으로 구성되어 있어 펼치기가 쉽지 않다. 몇 년 전에 지상에서 펼치는 시험을 하는 도중 찢어져서 발사가 연기되기도 했다. 햇빛을 직접 받는 첫 번째 막은 펼쳐진 후 온도가 섭씨 110도까지 올라가지만, 망원경과 가장 가까운 다섯 번째 막은 열이 차단돼 섭씨 영하 237도까지 낮아진다. 현재는 영하 210도까지 내려가는 데 성공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작업이 있다. 망원경의 광축을 맞추는 일이다. 발사 후 10일 차부터 뒤로 젖혀져 있던 주경의 조각거울 6장을 앞으로 돌리고, 부경을 지지하는 3개의 막대를 펼쳐 주경과 부경의 위치를 맞춘다. 이때 18개의 조각거울로 이루어진 주경은 마치 한 장의 비구면 거울처럼 배열돼야 하는데, 기준면으로부터의 높이 차이가 30나노미터 이내여야 한다. 이는 머리카락 두께의 1/3000 정도로 정밀한 작업이다. 높이뿐만 아니라 방향과 회전도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조각 거울의 뒷면에 정밀한 모터들이 설치돼 있어 미세조정을 할 수 있는데 앞으로 5개월 동안 조각 거울들을 조정, 정렬할 예정이다. 조각 거울 망원경 기술은 지상용 대형망원경에서는 30여 년 전부터 활용한 기술이지만, 우주망원경에는 처음 적용된다. 성공적으로 정렬이 이뤄져서 선명한 상을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위해 11조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됐다. 미국 나사(NASA)가 대부분을 부담했고, 유럽과 캐나다가 일부 참여했다. 접었던 대형망원경을 펼치고 햇빛가리개를 설치하는 등 이전 우주망원경이 시도하지 않았던 신기술이라 개발하는 데 약 2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비용도 예정보다 훨씬 더 많이 들었다.
한국도 개발에 참여했는지 많이 궁금해 한다. 한국은 참여하지 못했다. 이 망원경 개발에 10%의 지분 참여를 한다 하더라도 분담금은 1.1조 원이나 된다. 기술 측면에서는 독자 개발은 아니어도, 공동개발을 할 정도의 수준은 된다고 판단한다. 우리 우주개발은 우리별 인공위성을 개발했던 1990년대부터 시작했다. 우주망원경의 개발은 10여 년 늦은 2000년대에 와서 시작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소형 자외선 카메라를 개발해 과학위성 1호에 실은 2003년을 시초로 볼 수 있다. 이후 적외선 영상시스템과 영상분광기를 개발해 과학위성 3호와 차세대소형위성에 탑재했고, 기술적 발전과 과학적 성과를 거뒀다.
현재는 지구 고층대기의 과학연구를 하는 도요샛 위성을 올해 발사할 예정이고, 태양연구용 기기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달 표면을 편광 관측하는 카메라를 개발 중이며,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를 위한 우주망원경(SPHEREx) 개발 등 다양한 국제 공동개발 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연세대를 비롯한 국내 대학들도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비록 20년의 짧은 기간이지만 우주망원경 개발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우리에게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같은 대형 우주망원경을 공동개발하게 될 날이 조만간 올 것을 기대한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한국의 천문우주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매일 과학연구와 함께 우주기술을 연마하고 있으니 그날도 그리 멀진 않을 것이다.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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