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는 용어 싸움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오랫동안 제기돼온 역할 중복 논란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조례에 명시된 ‘주민대표’를 ‘주민’으로 수정한 게 핵심이다. 개정 조례안을 발의한 건 상위법과의 상충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에 관한 특별법’ 제27조(주민자치회의 설치)에는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다시 말해 '주민대표'라는 용어가 명시돼 있지 않다.
반면 행정안전부의 주민 자치회 시범 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표준조례 제2조를 보면 '주민자치회는 주민대표로 구성되어’라는 내용이 있다.
송제만 유성구의원은 “상위법에 따라 조례에 정의된 용어를 명확히 하고 조례의 원활한 이해를 위해 알기 쉬운 법령 정비기준에 따라 각종 용어를 정비하기 위해 발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자치회 측은 ‘대표’라는 용어를 빼선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허광윤 원신흥동 주민자치회장은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을 대표해 구성된 조직이고 예산을 결정하는 주민총회나 축제 기획 등을 진행한다. 하지만 대표성이 빠지면 주민자치회에서 집행할 권한조차도 없어지는 것"이라며 "주민자치회 취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여성룡 유성구 주민자치협의회장 등 일부 주민자치회장들이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룡 회장은 "개정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그동안 사안이 있을 때 주민자치회와 구의원이 논의과정을 거쳤지만 이번에는 의회에서 입장도 듣지 않고 관련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사안에 심각성을 느껴 본회의장을 찾으려 했지만 사전에 방청 신청을 해야 한다면서 들여 보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성구의회 관계자는 "사전에 방청신청이 있을 경우 의장의 허가에 따라 들어올 수 있다"며 "이번에는 회의 시작 몇 분 전에 그것도 정식으로 요청하지 않아 입장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구의원과 주민자치회의 갈등은 이미 곳곳에서 예견된 일이라고 보고 있다. 구의원과 주민자치회 모두 주민을 위해 일하는 과정에서 역할이 일부 겹치면서 자기 역할과 자리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다툼 성격이 짙다.
자치단체 관계자는 “엄밀히 따지면 선출직인 구의원과 법에 따라 구성된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기능은 구분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주민의 일꾼이 누구냐를 놓고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며 “선거철에는 경쟁 관계로 이어질 수 있어 애매한 관계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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