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플리' 포스터 |
거짓말이 이르는 비극을 주제로 한 영화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1999년).' 톰 리플리(맷 데이먼 분)이 자신의 거짓말을 더 이상 숨기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피터 스미스 킹슬리(잭 데이븐포트 분)에게 묻고 답한다.
톰 : "피터. 저도 모르겠어요. 난 지하실에 갇힐 거예요. 그렇죠? 그게 내 운명이에요. 끔찍하고 외롭고 어두운…. 난 거짓말 했어요. 내가 누군지, 어디 있는지, 이젠 아무도 날 찾지 못해요."
피터 : "무슨 말이예요? 거짓말 하다니요?"
톰 : "늘 생각했어요. 거짓된 누군가가 되는 게 초라한 자신보다 낫다고."
피터 :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당신은 초라하지 않아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톰 : "톰 리플리의 좋은 점을 말해줘요. 아니예요. 일어나지 마요. 톰 리플리의 멋진 점을 말해줘요."
피터 : "톰 리플리의 좋은 점. 꽤 많은데요. 톰은 재능이 있다. 톰은 자상하다. 톰은 아름답다."
톰 : "거짓말도 잘하네요."
피터 : "톰은, 톰은 수수께끼다. 톰은 초라하지 않다. 톰은 내게 말하지 않는 비밀이 있는데 말해줬으면 좋겠다. 톰은 악몽을 꾼다. 그건 좋은 점이 아니죠. 톰에겐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좋은 점이예요. 톰은 나를 숨막히게 한다. 톰은 날 숨막히게 한다. 톰, 톰, 숨이 막혀. 맙소사…."
거짓말의 종말은 절친한 줄 알았던 관계를 살인자와 피살자로 막을 내리며 앤딩 자막이 올라간다. 1950년대 피아노 조율을 하며 밤낮 없는 허드렛일로 가난하게 살던 주인공 톰은 미국 뉴욕에서한 화려한 파티장에서 피아노 연주자라 행세를 하다가 선박 부호 그린 리프(제임스 레본 분)을 만나 프린스턴 대학 출신이라는 아주 작은 거짓말로 시작된 여정이 이탈리아로 건너가 3명을 죽이는 살인으로 끝난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저, 1955년)는 1999년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되었고, 2000년 3월 국내에 개봉되었다.
'리플리 증후군'은 원작 소설 주인공 이름을 따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이르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동국대 교수 신정아 씨의 학력위조 사건으로 널리 알려졌고, 2011년 MBC 드라마 '미스 리플리'로 방영되기도 했다.
오늘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거짓말이 바로 가짜 뉴스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인터넷 포털과 SNS를 대상으로 빅데이터 리서치를 통해 '원전 가짜 뉴스'를 추적하여 분석한 적이 있다. 적게는 수백만 건에서 많게는 천만 건이 넘는 가짜 뉴스 진원지는 놀랍게도 불과 270명~290명의 네티즌들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의 목적이 '탈핵'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광우병'을 비롯 가짜뉴스마다 퍼나르는 진원지이자 전파자였다.
당시 리서치를 분석한 사회학자는 이를 '목적의 수단화'라 정의했다.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정치나 이념적 목적을 위해 '탈핵'이나 '광우병' 등을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의미였다.
가짜 뉴스도 무섭지만 후보와 정당의 거짓말은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혹시 이번 대선 후보 중에서 "거짓된 누군가가 되는 게 초라한 자신보다 낫다"는 톰 리플리와도 같은 후보과 정당은 없을까? 또는 당선만을 목표로 한 거짓 사과나 거짓 눈물은 없을까?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악어의 눈물'은 나라와 국민을 죽음과도 같은 상황으로 몰아갈 것이다.
심상협 / 문학평론가
심상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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