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핵가족화로 설 명절 풍속도 변화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설=고향을 가는날, 혹은 연휴=해외 여행이라는 공식대신 간단한 전화나 문자로 안부인사를 대신하고, 온라인 차례를 지내며 고인을 추모한다.
'비대면, 언택트'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설 명절 풍속도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찾아뵙는게 도리? 안 찾아뵙는게 도리!=대전에 사는 임희숙씨는 설연휴 기간 시대에 가지 않고 집에서 가족과 지내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설인데 고향에 가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했지만 코로나19 변종인 오미크론이 확산하자, 고향 대신 집에 머무는 것을 선택했다.
대신 장손인 남편은 차례를 위해 설 당일 시댁인 공주를 찾는다.
코로나19로 모임이 제한되며 고향을 찾는 귀성객이 크게 줄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방문을 자제하는 현수막을 내걸거나 비대면 통화 등을 홍보 등 귀성 막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가족 모임을 막기 위해 추모공원 등은 설명절 기간동안 아예 전면 폐쇄된다.
대전시설관리공단인 29일부터 2월 2일까지 대전추모공원 실내 봉안당을 폐쇄한다.
대신 시설공단은 설 명절 기간을 전후해 밀집도 4㎡당 1명인 추모객 총량제를 통해 제1봉안당 총 90명, 제2봉안당 총 139명, 제3봉안당 총 85명으로 동시 입장을 제한했다.
시설공단은 추모공원을 찾지 못하는 성묘객들을 위해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서 온라인 추모·성묘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대전 현충원도 설연휴기간인 29일부터 2월 2일까지 방문을 전면 제한하고 온라인 참배 서비스를 운영한다. 기일과, 삼우제, 49재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약후 방문할 수 있지만, 6인이하 20분 이내 참배로 제한했다.
현충원은 홈페이지에 안장자 이름을 검색해 추모글 남기기는 온라인 참배서비스나, 신청을 받아 묘역을 정화하고 헌화와 참배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전송하는 묘소 참배 사진 전송서비스를 통해 묘소를 찾지 못하는 추모객들의 마음을 위안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차례상은 아예 대세로 자리잡았다.
대전에 사는 이유정씨는 "그동안 명절 전날마다 전을 부치고, 각종 제사음식을 하느라 기름 범벅이었는데 이제는 온라인 차례상으로 지내니 너무 편하다"면서 "차례를 지내고 나면 음식 처리도 처치 곤란이었는데 온라인으로 차례를 지내니 이런 음식 쓰레기 문제도 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 세뱃돈은 현금이 최고? 온라인 기프티콘 인기!=직장인 김형신(46)씨는 명절을 앞두고 서울에 있는 조카 둘에게 유명 커피숍의 모바일 카드을 결제해 보냈다.
부모님들에게는 미리 계좌로 얼마간의 현금을 이체해 드리고 연락했다.
김 씨는 "요즘은 현금보다 카드 한두개만 들고 다니는 추세이다 보니, 설명절을 위해 굳이 은행을 가서 신권으로 교환하던 번거로움이 사라져 좋다"며 "현금대신 바로 사용할수 있는 기프티콘도 대세"라고 밝혔다.
공무원 김종란(43)씨는 지난 주 백화점에 가서 지인들의 주소로 바로 배송되는 과일 세트를 주문했다.
김 씨는 "예전에는 일일히 선물을 사서 윗분들을 찾아다니는게 명절 연휴전 연례 행사였는데 이제는 물건만 고르면 바로 당사자에게 선물이 배송되고, 나중에 안부 인사만 남기면 되니 좀더 인맥 관리가 편해졌다"고 밝혔다.
현금 대신 신용카드 결제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새뱃돈도 기프티콘이나 온라인 계좌이체 등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코로나 첫해만 해도 기어히 고향을 찾으려던 사람들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설=고향 가는날', 혹은 '연휴=해외 여행'이라는 공식도 깨졌다.
대신 연휴 기간 내내 그동안 보지 못했던 OTT의 시리즈물을 보거나, 책 등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지혜씨(29)는 "예전에는 명절이 되면 길이 막히고 도로가 북적대도 무조건 부모님을 뵈러 고향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몇년새 명절에 꼭 고향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도 많이 줄었다"면서 "모임 자체가 제한되면서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도 예전처럼 떠들썩한 명절은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설명절도 'MZ' 가= 가치 소비와 환경을 중요시하는 MZ 세대의 여러 문화는 설명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채식 문화가 확산되며 전과 부침, 동그랑땡 등 고기 위주의 차례음식이 비건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들도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비건 명절 음식을 내놓고 있다. CJ 제일제당은 비건 인증을 받은 100% 식물성 '비비고 만두'를 출시했다. 풀무원도 '얇은피 꽉찬 세모 만두 두부김치'를 선보였다. 농심의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은 비건 떡국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비건 완자·너비아니·떡갈비 등을 선을 보이고 있다.
육수 대신 채수를, 계란을 넣지 않는 부침개, 고기가 없는 만두, 콩고기 동그랑땡, 젓갈 없는 나물 등 채식 명절도 자리를 잡고 있다.
경기 악화가 계속되면서 명절을 즐기기 보다는 단기 알바에 올인하는 청년층도 많아지고 있다.
귀성인파 대신 선물로 명절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매년 폭증하는 택배 등 명절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에 나선 청년층도 많다.
알바천국은 설날 채용관을 오픈하고, 설 연휴 대체 근무자 구인에 나서기도 했다.
취업 준비생 김인호(27)씨는 "명절이어도 집에 갈수 없고, 그냥 무작정 집에서 쉬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24일부터 31일까지 단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몸은 고되도 한번에 목돈을 만질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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