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생의 시네레터] 평화를 명분으로 한 과도한 영웅주의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 선생의 시네레터] 평화를 명분으로 한 과도한 영웅주의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01-26 16:28
  • 신문게재 2022-01-27 11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이 영화는 분명한 시대적 배경이 있습니다.1900년대 초를 시작으로 하여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게 된 배경과 진행 과정을 담아냅니다. 또한 주인공과 동료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가 실존 인물입니다. 그러나 내용은 허구입니다. 이른바 팩션 영화입니다.

문제는 시대와 장소, 사건, 인물이 거의 실제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중심 사건인 세계 대전의 발발과 진행, 결말에 주인공과 그의 주변 인물들이 관여했다는 게 내러티브의 핵심이 되기엔 너무나 무리수가 큽니다. 특히 음모론에 근거해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역사적 갈등에 분노한 인물이 러시아 혁명과 주동자인 레닌, 1차 대전 주요국 황제, 국왕들을 좌지우지한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발생한 세계적 사건을 해결하는 존재가 영국의 귀족과 그의 가신들이라는 점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심지어 그는 국왕의 운명도 지탱합니다.

아서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비유되는 주인공과 가족, 가신들은 흡사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저스에 견줄 만합니다. 그러나 어벤저스는 초인적인 능력을 지니고, 외계로부터 침범한 악당들을 상대합니다. 그러니 사실에 대한 고려가 필요없습니다. 영화가 구현하는 것은 상상의 세계이며, 관객들이 경험하는 즐거움도 판타지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서구 중심적인 태도를 중심에 두고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에게 과도한 역할과 권능을 부여합니다. 그가 부리는 유모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해 황제와 국왕, 대통령 관저로부터 특급 비밀들을 어쩌면 그리도 손쉽게 얻어내는지 세계 각국 유수의 정보기관 최정예요원들을 능가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과 주인공 가문의 임무를 역사적 사실 위에 둠으로써 발생하는 과도한 영웅주의입니다. 영웅이 역사 속의 별이거나 주요 인물이기는 하지만, 역사 전체의 큰 물줄기는 수많은 무명의 민중들에 의해 변화되는 것임을 우리는 압니다. 1차 대전 무렵 주장한 미 대통령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힘입은 우리 민족의 3·1 운동을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화를 명분으로 한 과도한 영웅주의가 영화의 균형과 깊이를 앗아가버렸습니다. 여기에 전설의 첩보원 마타하리가 미국의 윌슨 대통령을 유혹하는 장면을 찍은 필름은 명백히 고증에 실패했습니다. 1초당 16프레임으로 찍힌 30년대 채플린 영화들보다도 동작이 자연스럽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