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주 경제교육부 차장 |
경제계는 이 법을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낸다. 책임자 권한을 누구에게 돌릴지에 대한 법 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코스닥협회와 공동으로 회원사 215개 기업의 안전관리 실무자 4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애로사항으로 '모호한 법 조항(43.2%)'을 꼽을 정도다.
책임 범위 등 가이드 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의 법 적용과 관련돼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해석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나섰다.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꼼수까지 부리면서다.
대전의 한 건설사는 올해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대표이사를 회장으로, 부사장을 대표로 승진시켰다. 안전부문 대표 임원도 새롭게 선임했다.
민감한 시기에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인사라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다.
2주 전 발생한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를 낸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잇따른 사고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해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같은 원인으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가 처벌받는다.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할 수 있다.
애초 이 법의 핵심은 '사고 예방'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지금도 사업주나 근로자들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각종 산업현장에서 안일한 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근로자의 목숨을 앗아갔다.
고용노동부가 발행한 산업재해 현황분석을 보면 2020년 산재 사고 사망자는 무려 2062명에 달한다. 2019년에는 2020명이 사업장에서 숨졌다.
산재 사고는 언제 어디서 재발할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대다수 사업장은 근로자 안전에 책임 의식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 다만 일부 사업장은 '경제적 이익'에 매몰돼 직원의 안전은 뒷전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친 욕망은 화를 불러일으킨다. 안전을 뒤로한 기업의 지나친 이익추구는 자칫 '중대재해처벌법 1호' 불명예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이 현장에 잘 안착 돼 안전재해가 최소화되는 일터를 기대해본다.
박병주 경제교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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