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을 잃고 혼자 산다는 것, 그것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괴로움인 것이다.
그런 대 선배가 필자를 불렀다. 술 한 잔 하자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술 한 잔 하자고 불러내는 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필자는 잘 안다. 무공이 술 한 잔 하자고 불러내는 또 다른 의미를 말하고자 서두를 이렇게 다른 말로 장식했던 것이다.
2022년 1월 21일(금)
술 한 잔 하자고 필자를 데리고 간 곳은 노정 윤두식과 송원 김희선, 금소 전 미, 후산 오종근이 '기금조성전'을 전시하는 대전예술가의집 3층 전시실이었다. 이들이 주관하는 모임을 백록학회(白鹿學會)라 하는데 이번 전시회는 18일부터 23일까지 전시한다고 했다. 전시회 주제가 '지나침도 미치지 못함도 없는' 뜻을 담아 작품으로 표현했다 한다.
백록학회는 1993년 창립돼 선비문화 창달과 기호 유학 정립을 목적으로 충청지역 유림들의 학술연구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연구 모임으로, 충청지역 유림인 노윤의 학인들이 모여, 과거의 유산을 넘어 미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미래진행형으로 살려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다. .
200여 점의 작품을 기증한 노정 윤두식 작가는 "중용은 사서인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중 제일 나중에 읽는 책"이라고 하면서 "그 이유는 삼경을 읽고 중용을 읽어야지만 이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세상에서 중용을 많이 읽고 이 사회가 올바른 사회로 가야 된다" 고 중용을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 외에도 백록학회 회원인 송원 김희선, 금소 전미, 후산 오종근 선생의 작품도 100여 점 전시돼, 노자의 '도덕경'과 자사의 '중용'을 감상하며 볼거리를 풍족하게 해주고 있었다.
서예가의 거장 윤두식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서예가 하면 중산 조태수만을 거장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노정 윤두식을 알게 된 것이다. 노정은 지난 2005년부터 12회를 진행해 온 학술발표회를 통해 학회의 정통성 알리기와 유교, 기호학의 정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고, 여러 해 동안 문화재청 지원으로 생생문화재 행사 '삼대가 함께하는 종학당 삼도락'을 성황리에 진행하고 있다.
이어 이번 전시는 노자의 '도덕경' 81장 5천언 전편을 전서로 쓰고, 그 중 중요한 구절을 오체로 작품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작품 속에 깃든 성현들의 올바른 학문과 전통을 눈에 담고, 각박한 시대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 등을 느끼게 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한다.
한편 이번 전시를 주관한 윤 이사장은 충남 논산 출생으로 백악미술관과 운현궁미술관, 예술의전당 전관, 한국미술관 전관 등에서 4회의 개인전을 진행한 바 있다. 또, 지난 2008년에는 전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을 접견해 작품을 증정한 바 있다. 현재 서울과 논산에서 '노정서예연구실'을 열고 작품 활동에 매진하면서 백록학회 이사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전시된 중용의 결구나, 도덕경의 결구를 소전체로 쓴 것은 한국화의 육법을 적용한 묵화로, 전시의 효과를 돋보이게 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우리 대전에서 이런 문화재급 서예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대전 시민으로서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곁길로 새 보자.
우리 문인들이나 예술가들이 잊어서는 안 될 이분, 심규익 대전 문화재단 대표이사.
대전 문인들이나 예술인들이 작품을 전시하거나 예술 활동을 하는 곳엔 빠지지 않고 함께하여 힘을 조용히 실어주는 분. 어느 분의 추천을 받아 이 자리에 앉게 됐는지 추천한 분의 사람 보는 눈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겸손하고 말없이 예술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한 분만 더 자랑하자.
대전 효문화진흥원의 문용훈 원장이 그런 분이다. 겸손하고 조용하며 말없이 관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이다.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이번 백록학회(白鹿學會)에서 전시하는 '기금조성전'이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용복/ 예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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