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황우 한밭대 교수 |
금광은 사적 재산이란 개념도 없어서 누구나 캘 수 있었으며 면허료도 없고 정부가 세워지기 전까지는 세금조차도 없었다. 초기에 채굴자들은 강바닥의 사금을 채취하는 수준이었지만 점차 금 탐광을 위한 보다 세련된 기술이 개발되었고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였으므로 개인 채굴자보다 회사의 광산개발 비율이 늘어났다.
오늘날 금액으로 환산하면 70억 달러(8조3,475억 원)에 달하는 금이 발견되어 극소수에게는 막대한 부를 가져왔지만, 많은 사람은 왔을 때와 다를 바 없는 상태로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골드러시의 영향은 상당한 결과를 낳았다. 작은 개척지였던 샌프란시스코는 신흥 도시로 성장하였고, 캘리포니아에는 새로운 교통 체계가 발전하고, 증기선이 정기 운항하고, 철도가 깔리자 광업에 이어 캘리포니아의 성장 동력이 된 농업이 주 내에서 광범위하게 시작될 수 있었다.
미국의 골드러시가 지나고 170여 년이 지난 지금 디지털 골드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골드러시(Digital gold rush)는'가상 화폐의 가격 상승을 예상하여 많은 사람이 가상 화폐를 얻으려고 몰려드는 현상'으로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2021년 12월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현재 유통중인 가상 화폐의 시장규모는 2조2000억 달러(2608조5400억 원)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가상 화폐는 인터넷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화폐로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가상 화폐는 비트코인으로 지금까지 약 1800만 개가 채굴되었다. 2010년 1비트코인 가격이 0.04달러(40원)였는데 지금은 4,300만 원(2022년 1월 기준)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8,000만 원까지 올랐기 때문에 10년 전보다 100만~200만 배 이상 오른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인해 가상 화폐와 같은 가상자산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관심을 받으면서 최근에는 NFT 광풍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NFT란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의미하며 각각의 고윳값을 가져 대체할 수 없는 디지털 자산을 의미한다.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므로 위·변조가 불가능함은 물론이고 거래 증명까지 가능하지만 NFT는 하나만 존재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블록체인 게임 얼라이언스(BG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NFT 거래량은 약 230억 달러(27조2987억 원)에 달하며 1년 전보다 70배 가까이 상승하였다.
디지털 골드러시를 바라보면 골드러시와 마찬가지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이 보이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과 개척자의 모습도 함께 떠올려진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디지털 세상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작은 시장이었던 인터넷 공간이 거대시장으로 성장하였고,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의 마을이 건설되고 있으며 가상 자산과 관련된 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골드러시 때와 많은 부분이 닮아 가고 있다.
가상 자산 투자를 기반으로 시작된 디지털 골드러시는 인재들이 스타트업 기업이나 IT기업으로 이끌고 새로운 디지털산업의 생태계가 마련되어 엔터테인먼트, 게임, 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골드러시로 인해 인디언들은 공격을 받아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땅으로부터 내쫓겼듯이 기존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투자 환경이 어지럽혀질 수 있는 문제도 안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노황우 한밭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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