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예전에 '모던 패밀리'라는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수긍을 하면서 강하게 마음에 새긴 내용을 소개한다. '사람은 근본이 바뀌지 않지만 15%는 바뀔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15%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인간의 본질이 궁금해진다. 매일 수많은 수감자를 접하는 교도관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왜냐하면 음주운전 사고로 다리를 절단하고도 또다시 음주운전으로 갇힌 사람, 상습절도로 복역한 후 출소하자마자 다시 절도를 저지르는 것을 보면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에 한 표를 던질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와 비슷하게 인간의 변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다른 표현도 있다. '운명은 바꿀 수 없지만 습관은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습관이 운명을 바꾸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매우 중요한 말이다. 이 두 가지는 특히 교육에 종사하거나 타인의 성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교수의 역할을 교육, 연구, 봉사라고 보았을 때 필자의 경우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교육자로서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낄 때가 바로 학생들이 변화하는 걸 지켜볼 때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존경하는 두 은사님이 필자에게 보여주신 태도를 평생 잊을 수 없다. 대전대학교는 2011년부터 비전(Vision)교육의 하나로 멘토링제도를 시행했다. 약간의 변화를 겪어오긴 했지만 신입생에 대한 비전수업과 재학생들에 대한 종합상담이 주된 내용이다. 멘토의 역할을 하려면 스스로가 믿음을 주는 안내자이자 모델이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부끄러울 때가 너무 많다. 그래도 누군가 멘토의 영향으로 성장하였다면 그 자체가 보람이었다. 사실 학생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전제하지 못한다면 멘토링 제도는 존재 이유가 없다.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학업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과 상담하면서 깨닫는 것이 있다. 그 근저에는 타인과의 비교가 자리 잡고 있는데 특히 상방비교를 하는 경우 잘 드러난다는 것. 이럴 때 필자가 자주 하는 방식은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어제와 비교할 것'과 '비교를 위해 늘 기록하는 습관을 들일 것' 등을 권유하고 학생이 스스로 성장과 변화의 동기를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물론 대학생 상담에서 제시(suggest)하고 가르치고 조언하는 것은, 필요하긴 하지만 절대 핵심은 아니다. 그것이 학업이든 진로이든 인간관계이든 현재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부정적 정서를 드러내는 상담과정이 있으면 좋다. 이를 통해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자신을 더 사랑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뭔지를 스스로 알아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공감능력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어려움이야말로 인공지능(AI)이 상담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의 무엇인가를 바꿔보겠다면 우선 자신을 알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15%만 바꾸자. 습관을 만들자'. 이것이 2022년의 성장 모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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