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 명대사 찾기-7] '읽기와 쓰기의 힘', 프리덤 라이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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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쿵 명대사 찾기-7] '읽기와 쓰기의 힘', 프리덤 라이터스

심상협 / 문학평론가

  • 승인 2022-01-21 13:35
  • 수정 2022-01-21 14:0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심상협
심상협 / 문학평론가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진정 사랑할 수 있고, 누군가의 자유를 존중하는 사람만이 자신도 또한 진정 자유로울 수 있다. 캘리포니아 롱비치 윌슨 고등학교에 처음 부임한 에린 그루웰 선생(힐러리 스웽크 분)이 읽기와 쓰기로 살인과 폭력 속 학생들과 함께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찾아가는 영화 '프리덤 라이터스(The Freedom Writers, 2007년)'.

시대적 배경은 인종 갈등으로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던 1990년대 미국. 집을 나온 아이들, 권총을 가지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쏠 수도 있는 아이들, 낙태를 하고 인종 갈등으로 협박 당하거나 폭행 당하는 아이들. 학교와 교사들, 교육청은 이들을 방관하기만 한다.

에린은 이들을 위해 사비를 털고 음식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면서 학생들에게 노트와 책을 사주고, 함께 쓰고 읽고 체험학습을 떠난다. 자신들의 비참한 삶을 기록하게 한 후 공감해주고, 『안네의 일기』를 읽고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기록한 '관용의박물관'을 찾아간다.

학생들은 기금을 모아 밉 기스(Miep Gies) 여사를 초청한다. 밉 기스는 나치의 위협을 피해 안네 가족을 도왔고 안네가 일기를 쓰도록 종이와 펜을 가져다 준 소녀였다. 그녀는 안네 가족이 발각돼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후 안네의 원고를 숨겨 나와 책으로 출판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집을 나와 지하창고에 살던 마커스가 밉 기스에게 말한다.



마커스 ; "전 영웅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히스, 당신은 제 영웅이에요."

밉 기스 ; "오, 아니예요, 젊은이. 난 영웅이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옳은 일이라 생각한 일을 했을 뿐이에요. 그게 다에요. 다들 알겠지만, 우리는 다 평범한 사람들이예요. 중요한 건 평범한 비서나 주부, 청소년들 모두 각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캄캄하고 아득한 곳에 불을 밝혀 빛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여러분들이 보내 준 편지를 읽었어요. 그루웰 선생님께서 여러분들이 겪었던 일들도 들려 주었구요. 여러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입니다. 여러분은 언제나 영웅이었어요. 여러분의 얼굴 하나 하나를 전부 가슴 깊이 기억할 겁니다."

화면 캡처 2022-01-21 133837
영화 '프리덤 라이터스' 포스터
'프리덤 라이터스'는 실제 주인공 에린 그루웰(Erin Gruwell, 1969년생)이 1994년 초임 교사 부임부터 기록한 책 『The Freedom Writers Diary』(1999년)를 그대로 영화화했다. 학생들이 초청했던 당시 밉 기스는 85세였고 2010년 1월 100세로 세상을 떠났다.

'프리덤 라이터스'에는 에린 선생의 남편 스콧 캐시(패트릭 뎀시 분)의 이기적인 사랑과 아버지 스티브 그루웰(스콧 글렌 분)의 헌신적인 사랑이 대비되기도 한다. "나랑 그 학생들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뭘 택하겠어?"라는 남편 스콧에게 에린은 "날 사랑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걸 물을 수 있어?"라 대답하고 결국 이혼을 받아들인다. 이혼은 결혼의 실패가 아니라 불행한 부부야말로 결혼의 실패다. 반면 처음엔 그루웰의 교육방식을 반대하던 아버지 스티브 그루웰은 그녀를 이해하며 헌신적으로 돕는다.

"아버진 민권운동에 참여하셨어요. TV에서 LA 폭동이 생생히 기억나는데 원래는 법대에 진학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법정에서 보호하려고 하는 건 너무 늦겠구나', 진정한 변화는 교실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죠."

학교 폭력과 데이트 폭력이 일상화되어가는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그루웰 선생의 독백. 영화는 에린 자신과 학생들의 기록을 책으로 내고 책이 나온 후 7년 후인 2006년 재단을 만들어 교육사업을 시작하는 '에린 그루웰과 프리덤 라이터스'의 실제 모습으로 끝난다. 한국 교사들과 교육부 당국이 꼭 보았어야 할 한국에선 정작 개봉되지 않았다.

심상협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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