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윤덕희의 '공기놀이'와 비대면 시대의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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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윤덕희의 '공기놀이'와 비대면 시대의 놀이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2-01-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공기놀이
윤덕희 작 <공기놀이, 비단에 담채, 21.7cm×17.5cm, 국립중앙박물관>
우리의 전통적 교수법은 강독(講讀)·습자(習字)·제술(製述)이 중심이었다. 배운 글을 소리 높여 읽고 이치를 문답하며 암송하는 것이 강독이다. 이 과정에서 문리를 터득하고 올바르게 깨우쳐야 한다. 습자는 말 그대로 글씨를 쓰는 것이다. 처음엔 글자를 익히기 위해 쓰지만, 점차 여러 서체의 임서를 통해 자신만의 필체를 형성한다. 제술은 앞의 공부를 바탕으로 시나 글을 짓는 것이다. 뜻글자인 한자문화의 특성 아닐까? 지금도 부분적으로 서실이나 서당에서 행해지고 있다.

일과 마찬가지로 공부만 한다고 능률적이거나 성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놀이를 조화롭게 해야 한다. 규칙이나 법은 사회적 약속이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필자는 어려서 많이 맞고 자랐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늦게 들어왔다거나 동생과 다투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놀이는 동네마다 다른 것이 특징이다. 명칭뿐 아니라 방식과 규칙도 다르다.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생각해 보자. 주로 기차놀이, 까막잡기(소경놀이), 깡통놀이, 고누놀이,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구슬치기, 그네타기, 널뛰기, 딱지치기, 땅따먹기, 못치기, 말뚝박기, 망줍기, 망차기, 바둑, 바람개비, 비사(비석)치기, 삔치기, 사방치기, 술래잡기, 실뜨기, 쌓기, 썰매, 씨름, 연날리기, 윷놀이, 자치기, 장기, 제기차기, 줄다리기, 쥐불놀이, 팽이치기, 활쏘기 등을 하며 놀았던 기억이다. 애고 어른이고 전화기 붙들고 노는 시대라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재미없었던 것은 없었다. 동무하고 놀다보면 시간 가는 것을 잊기 일쑤다.

십여 살 될 때까지는 거의 매일 맞았던 기억이다. 노는 시간도 규칙이고 싸우지 말아야 하는 것도 나름 규칙이었으리라. 자제하지 못하고 조화롭게 하지 못했다. 여하튼 시간이 지난 다음, 원망보다 감사해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필자 자신의 성격을 그나마 바로잡아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식에게 매를 들지 않으면 자식이 부모에게 매를 든다는 말을 믿었다. 필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동서고금에서 공통적으로 있었던 일이다. 효과적인 교육수단으로 생각했다.



폭력은 정신적 상처를 유발하고 폭력을 재생산 한다. 무엇보다 어린이의 인권, 존엄성 존중이 우선이다. 아직도 교육법 시행령, 판례 등에서 예외적 체벌을 허용한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어떠한 경우라도 체벌해서는 안 된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물론 잘잘못을 가리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잘못은 반드시 훈계, 훈육해야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학습도, 놀이도, 교수법도 변했다. 게다가 역병으로 생각지 못했던 변화를 만난다. 2년제 교육과정을 다닌 학생은 동기생 얼굴도 보지 못하고 졸업하게 됐다는 전갈이다. 대학 공부는 교우와의 만남이 중요한 측면이 있다. 열띤 토론과 놀이, 사랑을 통해 무한한 양식의 세계를 접하고 자유를 만끽한다.

비대면 교육이 얼마나 학습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프로그램 사용도 낯설었을 것이고, 비대면에 적합한 교수법도 미흡했을 것이다. 교육자나 피교육생 모두 연구가 모자랐을 법하다. 피교육생은 일방적으로 들으며 장시간 집중하기에도 애를 먹었을 법하다. 양쪽 다 어려웠다는 고백이 많다. 적응도 하지 못했는데 학기가 끝나고 만 것이 아닐까 걱정이다.

그림이 가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독보적인 자화상으로 유명한 윤두서 가문도 그 중 하나다. 윤두서(尹斗緖, 1668 ~ 1715)는 9남 3녀를 두었는데, 맏아들 윤덕희(尹德熙, 1685~1766)가 그림을 그렸고, 윤덕희는 5남 4녀를 두었는데 둘째 아들 윤용(尹?, 1708 ~ 1740)에게 화업을 전했다. 시문에도 능했던 윤덕희는 아버지의 행장을 쓰기도 했으며, 『해남윤씨 가전고화첩』(보물 제481호)을 정리해 놓아 후세들이 접하게 해주었다. 아버지가 개척해놓은 풍속화를 전수하여 도석인물(道釋人物), 산수인물, 말그림을 잘 그렸다. 여인이나 아이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특징이다.

그림은 낙서(駱西) 윤덕희의 <공기놀이, 비단에 담채, 21.7cm×17.5cm, 국립중앙박물관>이다. 버드나무 아래 아이 셋이 등장한다. 공기를 채는 순간이다. 시선 처리가 절묘하다. 공기놀이는 다섯 개로 하는 것과 많은 공기로 하는 방법 등 다양하다. 뒤에 서있는 아이가 들고 있는 것은 바람개비다. 사각 종이 모서리에서 안쪽으로 잘라 네 쪽 모두 한 방향으로 끝을 중앙으로 당겨서 만들기도 하고, 그림과 같이 가는 막대에 반대 방향으로 종이를 붙여 만들기도 한다. 오래된 놀이라는 것을 입증해 준다.

일정한 시간 규정은 없지만 보통 30여년 지속되면 우리의 것이라 할 수 있고 100여 년 이상 지속되면 고유한 것, 전통놀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것만이 우리 의식 세계를 넓히는 것은 아니다. 돌아보는 것도 남은 반절을 보는 것이다. 그림을 보며 비대면 시대 놀이를 만들어 보자.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210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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