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만호 회장. |
우선 현대 여성들에게 단순한 신발이 아닌 패션의 완성을 위한 필수 아이템인 하이힐의 탄생 배경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처음 하이힐이 등장한 것은 중세 유럽이다. 이 시절 여성들은 이른바 폼생폼사를 화두로 화려한 의상을 입었다. 이 의상들은 하나 같이 바닥을 쓸고 다녔다는 표현이 꼭 맞을 만큼 발을 모두 뒤덮었다.
문제는 당시 유럽에는 화장실 문화가 없었기 때문에 중세 유럽인들은 우리나라의 요강과 같은 변기에 용변을 해결했으며, 용무를 마치면 낮이건 밤이건 그 내용물을 창밖으로 내버렸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골목길마다 이렇게 버려진 대소변들이 넘쳐나자 여성들이 길을 걸을 때 이 같은 오물들이 옷에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발명품이 하이힐이다. 즉 하이힐은 오물들을 걱정 없이 밟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굽 높은 신발인 것이다.
또한 우리가 한 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피할 때, 활용하고 있는 파라솔도 원래는 중세 유럽 사람들이 언제 머리위로 쏟아질지 모르는 오물을 막기 위해 들고 다닌 신변보호 용품이었다.
사각 종이상자에 담긴 화장지의 대명사 같은 존재인 크리넥스 티슈의 탄생 배경도 재미있다.
크리넥스 티슈는 원래의 용도를 변경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둔 발명품이다. 처음 크리넥스가 개발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때이다. 당시 유럽 전역에 너무 많은 환자들이 생겨나다 보니, 붕대나 거즈, 솜 등이 태부족 상태였다. 이에 미국의 제지회사인 '킴버리 클라크'는 전쟁터에 공급할 의료용 솜의 대용품으로 소량의 솜과 나무 펄프의 섬유소를 합쳐 천연 면보다 흡수력이 5배나 탁월한 셀루코튼이라는 소재를 개발하여 전쟁터에 공급할 의료용 솜의 대용품으로 사각 종이상자에 담아 보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크리넥스 티슈의 원형이다. 그런데 한창 잘나가던 셀루코튼은 전쟁의 종식과 더불어 거대 수요처가 사라지며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킴벌리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용도의 변경. 즉 강력한 흡수력을 무기로 셀루코튼을 화장지 및 휴지로 변신시켜 티슈를 한 장씩 뽑아낼 수 있도록 만들고, 크리넥스라는 브랜드를 사용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전쟁용품을 여성용품으로 전환하는 모험적 시도였지만 결국 크리넥스는 여성의 화장대 위를 점령해버렸다.
손님의 불평에서 탄생한 발명품도 있다. 우리에게 친근한 감자 칩이 그 주인공이다.
감자 칩은 두꺼운 감자를 얇게 잘라 바삭바삭하게 튀겨낸 것으로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는 대표적인 과자다. 이 감자 칩이 만들어진 계기는 식당을 찾은 한 손님의 불평과 그 불평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조지 크룸이라는 요리사의 갈등 때문이었다.
1835년 크룸은 미국 뉴욕의 '새러토가 스프링스'라는 호텔에 요리사로 근무하던 중 한 손님으로부터 불평을 들었다. 자신이 내놓은 감자튀김이 너무 두꺼워 맛이 없다는 것이었다.
요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크룸은 이 모욕을 만회하고자 감자튀김을 새로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감자를 두껍지 않게 적당히 썬 것이 아니라 아예 종이만큼 얇게 썰어 튀겼다. 당초 크룸의 생각과 달리 이렇게 만들어진 감자 칩은 그 손님은 물론 식당을 찾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미국 전역의 가정과 유럽 등지로 널리 퍼져나가 현재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감자 칩의 원조가 된 것이다.
이처럼 발명품이란 고차원적인 지식 활동에서 탄생되는 것이 아닌 아닌 생활 속에서 나온다. 생활 속 불편함을 하나 둘 개선해 나갈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발명가가 될 수 있다./민만호 대전변리사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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