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우주를 음양오행에 접목해 보면, 광대한 우주의 바다에 배를 띄우면 우주선이 되므로 그 자체로 물과 나무가 서로 상생하는 모양새다. 마침 우리나라에 있어 2022년은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완성하는 해면서 달궤도선을 발사하는 해가 되니 임인년의 기운이 우주의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누리호는 600~800㎞의 지구 저궤도에 1.5t의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는 우주발사체로서 설계·제작·시험·발사운용 등 전주기에서 독자적인 순수기술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누리호는 향후 4번의 반복발사를 할 계획을 갖고 있고, 후속으로 성능개선사업을 예정하고 있다.
달탐사사업은 올해 후반기에 달궤도선을 보내 1년간 과학 임무를 수행하는 사업으로 우리나라로서는 우주탐사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작년 아르테미스협정에 가입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달탐사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국제협력을 통한 다양한 활동이 기대되는데, 우리의 달궤도선사업은 NASA의 섀도우 캠(Shadow Cam)을 탑재해 달의 영구 음영지역인 극지역 탐사를 통해 향후 아르테미스 유인 달 탐사 때 적절한 착륙지점을 찾고, 얼음이 있는지를 탐사하는 선제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아울러, 올해는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 6호의 발사가 예정돼 있다. 아리랑위성 시리즈는 정밀지도제작·지리정보·국토관리·재해예방 등에 사용되는 일련의 위성이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초창기인 90년대에 우리 연구원들이 미국 TRW사에 가서 배우면서 습득한 기술로 1999년 해상도 6.6m의 1호를 발사한 이래 매번 도전적인 성능을 과감히 제시했고, 비록 개발 경험이 부족한 부분은 해외 협력을 통하기는 했지만, 개발해내는 과정에서 위성기술의 퀀텀점프를 이뤄냈다.
아리랑 6호도 서브미터급(50㎝) 차세대 영상레이더 핵심 기술의 확보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했으며 이전에 개발된 위성들과 비교해 기술과 성능에서 혁신적이다. 세계 최고의 탑재체 설계를 적용하고, 해상도를 향상시켰으며 방사정밀도 향상, 이중편파 동시 관측 등 차세대기술을 다수 적용했다.
전문가들은 말하기를, 우주기술과 같은 첨단전략기술은 국가의 타 분야의 전반적인 기술력과 경제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는 분야로서 나라마다 출발 시점은 달라도 발전과정 상에 비슷한 시간과 방향성의 궤적을 그리면서 가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우주에 발을 들인 후발진입그룹이면서도 50~60년대에 우주개발을 시작한 우주선진국에 바짝 따라붙는 추격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우주개발을 선언했던 동남아·중동·남미 국가들의 기술력이 여전히 우리의 아리랑위성 1호급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특유의 추진력은 우주에서도 적용돼 우주개발의 압축성장의 모델로 인정받을 만하다. 혹자는 이미 미국·유럽 국가에서는 민간기업이 우주개발의 주체가 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했다고,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그동안 투자한 예산과 전문인력의 규모를 생각하지 않고 너무 앞서서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2022년에 우리는 발사체를 갖고 최첨단 위성들을 운영하며, 우주탐사를 시작한다. 우리 연구원들과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도 빨리 달리겠지만 국민들이 이를 지지해주고 꾸준한 투자와 격려를 해주시기를 기대해 본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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