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치 아담스' 포스터 |
이렇듯 '내가 그대가 되는 꿈'을 깨우쳐 주는 영화 패치 아담스(Patch Adams, 1998년). 우리나라엔 IMF 후유증으로 온 국민이 고통 받던 1999년 4월 개봉되었다.
마치 네가 소금, 장미나 황옥인 것처럼은 사랑하지 않아.
카네이션의 화살이나, 불을 쏘는 것이나,
어떤 어두운 것들이 사랑을 받아야 하는 듯 널 사랑해.
비밀스럽게, 그림자와 혼 사이에서
꽃은 피지 않았지만, 꽃의 아름다움이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것처럼 널 사랑해.
땅에서 올라와 내 몸에 은밀히 살고 있는 순수한 향기인
너의 사랑이 고마워.
나도 모르게 널 사랑해.
언제인지, 어디서부터인지도 모르게 널 사랑해.
직선적으로 널 사랑해.
복잡한 것이나 교만함 없이
사랑해, 왜냐하면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야.
너무도 가까워서 내 가슴위의 네 손이 나의 손이야.
너무도 가까워서 네가 눈을 감으면 난 잠이 들어.
사랑하던 카렌을 흙 속으로 돌려보내며 패치 아담스가 눈물로 낭송하는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의 시는 '내가 그대가 되는 법'을 깨우쳐 준다.
불행하게 자라면서 정신병으로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고통 받던 주인공의 본명은 헌터 아담스. 스스로 정신병원을 찾은 첫날 그는 천재 노인 아더 멘델슨을 만난다.
아더 ; "자네, 손가락이 몇 개로 보이는가?"
헌터 ; "당연히 네 개지요."
아더 ; "네 개? 네 개? 이런, 멍청이!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군!"
아더의 고함에 충격을 받았던 헌터는 밤에 아더를 다시 찾아간다.
헌터 ; "손가락, 답이 뭐죠?"
아더 ; "너는 항상 정답을 아는 똑똑하고 젊은 사람이지, 맞지?"
사진은 영화 패치 아담스의 실존 인물인 헌터 도허티 아담스가 세운 게준트하이트(Gesundheit) 병원 홈페이지 캡처. 헌터 도허티 아담스는 자신의 역을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에게 감사했고 그의 병원이 애칭 '패치 아담스'로 불리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
"몇 개로 보여? 너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해결책을 볼 수 없어. 몇 개로 보여? 손가락을 지나서 봐봐!"
헌터는 아더의 손 너머 그의 얼굴을 보게 되고 네 손가락은 흐릿해지면서 여덟 개로 겹쳐 보인다.
"다른 이들이 못보는 걸 봐. 매일 세상을 새롭게 봐. 만일 내게서 미치고 한맺힌 남자 밖에 보지 못했다면 너는 처음부터 나를 찾아 오지 않았을 거야."
아더는 헌터에게 '구멍을 패치로 덧입혀 고치는 사람'이란 뜻의 '패치(patch)'란 별명을 붙여주고 패치 아담스가 된 그는 '다람쥐' 환상에 고통 받는 룸메이트의 입장이 되어 그를 치유해준다. 그는 스스로 정신병원을 나와 늦깎이로 의대에 진학하고 병을 보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를 보는 의사 수업을 시작한다.
지도교수를 따라 회진을 도는 지도교수와 의대생들은 '당뇨병 신경장애로 수종이 생긴 환자'라는 식으로 병명에만 주목하고 환자 앞에서 '골수염', '당뇨가 심할 경우 다리를 절단할 수 있다'는 말까지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패치는 여성 환자의 이름을 묻고, "안녕하세요, 마조리?"라 속삭이며 웃음을 건넨다.
패치는 환자들의 눈을 바라보고 대화하면서 그들의 꿈 속으로 뛰어 든다. 서커스가 그리운 난치병 어린이들에겐 빨간 관장 진공관을 코에 끼고 광대가 되어 함께 웃는다. 서바이벌 게임이 꿈인 할아버지에겐 동물모양 풍선과 장난감 총을 선사하고, 할머니에겐 그녀의 어릴 적 꿈이었던 '국수 수영장(Noodle pool)'으로 이끌기도 한다.
패치는 부인과 의사들의 환영행사 기획하라는 월콧 학장의 지시에 부인과 진료 장면을 연상케 하는 조형물과 "여성 생식기 여러분, 당신의 자궁경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gynos at your cervix.)"라는 현수막으로 당시 의사들과 의료계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기도 한다.
의대생 신분으로 너른 산야가 바라보이는 곳에 무료진료소를 세운 그는 그가 받은 환자에게 사랑하는 연인이자 동료 카렌을 잃기도 하지만, 병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과 의지까지 치유하는 병원으로 나아간다. 영화 속 패치 아담스의 실존 인물인 헌터 도허티 아담스가 세운 게준트하이트(Gesundheit) 병원 소개와 함께 앤딩 자막이 올라간다.
"그 후 12년간 패치는 의료행위를 계속했고, 1만 5천 이상의 환자에게 무료 치료는 물론, 어떤 의료사고도 일으킨 적 없다. 패치는 버지니아 서부에 105에이커(12만8538평)의 땅을 구입, 현재 게준트하이트 병원을 건설 중이다. 현재까지 1천여 명에 이르는 의사들이 그와 합류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요즘 대전시가 전국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놓고 넥슨사와 밀실협약 논란에 휩싸여 있다. 대전시장님과 대전시정 관계자들에게 영화 '패치 아담스' 감상을 권하고 싶다.
"멍청한 대전시정이여, 병원과 넥슨만 보지 말고 병원에 깃든 수많은 어린이들의 아픔과 꿈을 보라!"
심상협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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