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태평동의 한 버스 승차권 가판대 모습 |
교통카드가 없던 시절 버스 토큰과 회수권을 판매하던 이곳은 시간이 흘러 담배와 복권 판매점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동네 노인들이 애용하는 장소다. 본래의 기능을 잃지 않고 교통카드도 충전해주고 있다.
사고로 다리가 불편해도 동네 단골들을 위해 문을 열어왔던 장 씨는 곧 정든 자리를 빼줘야 한다. 지난해 말 도로점용허가 기간 만료로 연장 허가를 받으려 했으나 구청은 허가 취소 대상 통보를 전해왔기 때문이다. 용도가 달라졌으며 주변 상가 건물에서 민원을 제기했다는 이유다. 장 씨는 "이곳에 정도 들었고 이 동네에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자주 이용하지만 구청에서 갑자기 치우라니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운영되던 버스 승차권 가판대는 지역 곳곳에서 거리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본래의 용도가 변경됐을 뿐만 아니라 도시미관, 교통 장애 문제 등을 일으킨다는 민원들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최근 일부 자치구는 도로 점용 연장 허가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서 운영자들은 하루아침에 생계 위협받는 실정이다.
18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현재까지 운영 중인 버스 승차권 가판대는 동구 7곳, 중구 3곳, 서구 3곳, 유성구 2곳, 대덕구 3곳 등 18곳이다.
장씨는 지난 30년간 태평동에서 버스 승차권 가판대를 운영하고 있다. |
대덕구청 관계자는 "장사를 안 하는 가판대의 경우 쓰레기장이 돼 도시 미관상 보기 안 좋다고 민원이 들어오지만 허가만 받고 도중에 장사를 안 하는 경우에는 철거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중구청은 내부 방침을 정해 민원이 들어온 버스 승차권 가판대와 관련해 연장 허가를 해주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중구청에 따르면 도로 점용 기간이 만료된 가판대는 태평동 1곳과 대사동 1곳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태평동 가판대의 경우 주변 건물에서 교통 시야 확보가 어렵다고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본래 취지와 달리 용도가 변경되고 커피 자판기 등 허가받지 않는 불법 시설물 등도 있어 종합 평가한 결과 연장 허가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민원 때문에 대책도 없이 철거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근시안적인 행정사고라며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구의 한 시민은 "가판대가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 있어 교통카드 충전이나 담배 등을 살 때 여전히 유용하다"며 "한 사람의 생계가 걸렸는데 진·출입로 시야 확보 문제 때문이라면 철거보단 가판대 위치를 바꿔서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낫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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