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타인처럼 다른 계절에서 온 꽃이
햇살에서 다이어트를 했는지 바싹 말라있다
서걱서걱하던 꽃의 갈증이
찻잔 속에서 마른 갈피를 열고 되살아난다
터질 것 같은 꽃망울
3분의 고요에서 낯익은 표정이 태어난다
내 기분 앞에서 부풀어오르는 동그란 탄성
숲에서 온 마른 실핏줄이
찻잔에 풀어놓은 꽃의 분홍 쉼표를 읽는다
뜨거운 물은
꽃잎과 갈증 사이의 메신저
내 안에서 한 장의 들판이 일렁인다
꽃을 들고 서있는 들녘,
그곳에서 매화 숨소리 들린다
이현경 /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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