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05강 재다수화(財多隨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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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05강 재다수화(財多隨禍)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1-18 14:0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05강: 財多隨禍(재다수화) : 재물(財物)을 많이 가지면 화(禍)가 따른다.

글 자 : 財(재물 재) 多(많을 다) 隨(따를 수) 禍(재앙 화)로 구성되어 있다.

출 전 : 김육(金堉)의 해동명신전(海東名臣傳). 인물한국사(人物韓國史)에 보인다.

비 유 : 재물이 많으면 도둑을 맞거나 남에게 빼앗기고 목숨까지 잃게 됨.



조선 제14대 선조(宣祖) 때 토정비결(土亭秘訣)이라는 예언서를 펴낸 토정(土亭) 이지함(李之?)선생은 본(本)이 한산(韓山)이다. 그는 한때 마포 산중턱에 토굴을 파고 들어가 살며 이웃 사람들의 운세를 점쳐 주거나 혼인날을 잡아주기도 했었다.

목은(牧隱) 이색(李穡)선생의 후손인 그는 젊어서 제주도를 내왕하면서 장사를 했다. 그렇게 해서 곡식 수 천섬을 벌었으나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기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그런 그가 뒤늦게 벼슬길에 올라 포천(抱川)현감으로 부임할 때였다. 베옷에 짚신을 신고 관아에 출근한 그에게 관속들이 밥상을 차려 올리니 한참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먹을 만한 것이 없구나."라고 하니 관속들이 송구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이 고을에는 특산품이 없어 반찬으로 먹을 만한 별미가 없습니다. 다시 차려 올리겠습니다"하고는 진수성찬을 차려 올렸다. 그러나 그가 다시 말했다.

"먹을 만한 것이 없다니까…." 관속들이 두려워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매었다.

그러자 현감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나라 백성들이 고생하고 가난하게 사는 것은 앉아 놀기만 하면서 곡식을 축내는 벼슬아치들 때문이니라. 나는 잡곡밥 한 그릇과 거친 나물국 한 그릇이면 만족하니 그리 올리도록 하라." 그래서 거친 보리밥을 가져오자 그제야 맛있게 다 먹었다.

이튿날 고을의 관리들이 모두 모이는 행사가 있자 그는 나물죽을 끓이도록 하여 관리들에게 주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먹긴 했는데 더러는 먹다가 토하고, 아예 입에 대지도 못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현감은 깨끗이 다 먹어 치웠다.

그가 포천 현감을 사직하고 아산현감(1587)으로 가게 되었다. 그는 그곳에 가자마자 걸인청(乞人廳)을 만들어 관내 걸인들과 노약자와 가난한 사람들 구호에 힘썼다. 그는 천문, 지리, 의약에 능했고, 많은 일화를 남긴 기인(奇人)이기도 하다.

하루는 이지함의 아내가 그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양식이 다 떨어졌습니다. 어떻게 해결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는 웃으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이 어찌 어려운 일이겠소? 잠시만 기다리시오." 이지함은 하인에게 유기그릇 한 벌을 주면서 지시했다.

"장안의 큰 다리 밑에 가면 유기그릇을 사려고 하는 노파가 있을 것이니 그 노파에게 이 그릇을 팔고, 판돈을 가지고 서소문시장에 가서 은수저를 팔려는 사람을 찾아 그 은수저를 사도록 해라. 그런 뒤 그 은수저를 가지고 경기감영 앞에 가면 그 은수저와 똑같은 것을 잃어버려 그 은수저를 사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 터이니, 그가 주는 대로 그 은수저를 팔아 가지고 오너라."

그렇게 해서 하인이 돈 열 닷 냥을 가지고 들어왔다. 이지함은 그 중에서 다시 한 냥을 주면서 맨 처음 유기그릇을 사간 노파가 도로 물리려고 할 것이니 그 돈을 돌려주고, 유기그릇을 물려 오게 하였다. 그는 실제로 가보지 아니 했는데도 일이 전개되는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맞혔다.

아내는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한 번 더 신술을 부려주기를 소원하자 이지함이 말했다. "이만하면 충분하오. 재물이 많으면 반드시 화가 따르는 법이니 더 욕심 부리지 마시오." 그는 욕심이 없어 평생토록 가난했으나 마음만은 풍요롭고 즐겁게 살았다.

세상에서 재물(財物)이 싫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망을 인간의 도리로써 극복하여 이름을 날린 선비들이 조선시대만 해도 청백리(淸白吏)가 218명(典故大方)으로 기록되어 있어〈청선(靑選)에는 186명으로 기록됨〉선비정신을 이은 훌륭한 벼슬아치 들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어떠한가? 말로는 "죽을 때 재물을 가져가나?" 하면서도 기회만 있으면 재물에 욕심을 내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이른바 높으신 분(고위 공직자)들이 더 재물에 욕심을 내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다. 본인이 투자하고 연구 하여 종사자들에게 이익금을 분배해 주고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더 벌어서 더 많이 나누어 주어야 한다. 단 불법이나 권력과의 유착으로 부당이득(不當利得)은 안 된다.

정치인이나. 공무자들이 자기의 몫[급여] 이외에 부정(不正)과 부당거래로 재물을 불리는 것은 악(惡)의 한 축(軸)으로 근절되어야 하는 조건의 영 순위가 되어야 한다.

지금 국민이 다 어렵다. 그런데 억(億)단위로 재산이 불어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또 다 같이 이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하면서 소상공인들에게 겨우 나라가 빚을 내서 몇 푼 지원해주는 것이 어려움에 동참하는 짓인가? 월 수천만 원의 봉급에 연봉 억 단위가 넘는 고위공직자와 국영기업체 사장 및 은행장들, 한 달에 400만 원 정도의 월급만 받고 나머지로 소상공인을 도울 수는 없는가?(판공비도 있지 않는가?)

현명한 사람은 재물보다 건강, 가정, 친구, 화합이 훨씬 행복하다.

철인 순자(荀子)의 말을 되새겨 보자.

의(義)를 앞세우고 이익(利益)을 뒤로하는 자는 영화(榮華)롭고, 이익을 앞세우고 의를 뒤로하는 자는 치욕(恥辱)스럽다. 영화로운 자는 항상 통(通)하고, 치욕스런 자는 항상 궁(窮)하다. 통한 자는 항상 남을 제어하고, 궁한 자는 항상 남의 제어를 받는다.(先義而後利者榮 先利而後義者辱 榮者常通 辱者常窮 通者常制人 窮者常制於人/선의이후리자영 선리이후의자욕 영자상통 욕자상궁 통자상제인 궁자상제어인)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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