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신년 산행 보문산 둘레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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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신년 산행 보문산 둘레길을 걷다

덕천 염재균 / 수필가

  • 승인 2022-01-16 15:4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흰 소의 해인 신축년(辛丑年)이 지나가고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아온 지 어느덧 10일이나 지났다. 새해의 첫날 아침에 힘차게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며 올해에는 사람다운 삶을 살아보고 싶다며 코로나19가 조속히 소멸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소원을 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있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일생생활을 하는데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소상공인들은 그들의 밥줄을 옥죄인다고 아우성이고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국민들은 죽을 맛이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기나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요 살아가는 목적이기도 하다.

만나는 것도 제한당하고 식당이나 건물출입 시 일일이 통제 아닌 통제를 받아야 하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불안한 시대에 살아가게 하고 있다니 어떻게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 신뢰할 수가 없다. 2주만 더 하고 거리두기를 연장한 지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지났건만, 확진자와 중증자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국민들을 속이는 것인지 통제를 위한 것인 지 정부의 속내를 속 시원하게 알고 싶다.

절기상 소한(小寒)이 지나고 나서 따뜻한 겨울 날씨가 계속되어 봄이 오는 착각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월요일 저녁부터 찬바람이 불더니 기온이 곤두박질치며 손이 시릴 정도로 매섭게 동장군이 찾아왔다. 둘레길 산행하는 날이 밝아오고 아침식사를 간단히 먹은 후 오전8시 30분쯤 필요한 물품을 챙겨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가 온몸을 감싼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눈이라도 내렸는지 차 위에는 하얀 눈의 흔적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보문산 둘레길을 걷기 위해 윗 사정삼거리에서 오전9시 30분에 일행들이 모이기로 해서 유천사거리에 있는 318번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태평초등학교를 지나 사거리 근처에 다다랐을 때 시내버스가 지나가고 있어 뛰어가서 탈까 생각도 해봤지만, 몸이 뒤따라주지 못해 다음에 오는 차가 올 때까지 추위에 떨며 기다려야 했다. 오늘따라 매서운 바람이 부는지 겨울의 날씨는 알 수가 없다. 약20분 정도를 기다린 후에 목적지로 향하는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가 산성초등학교 근처를 지날 때 보니 방학이라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는 하얀 눈이 내려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을씨년스럽게 했다. 어릴 적 강아지와 함께 신나게 뛰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동심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니 차는 버스 종점이 있는 윗 사정삼거리에 도착했다. 종점이 그늘진 곳에 위치해 있어 추위가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정공원으로 향하는 도로는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걷을 수 있게 눈이 제법 쌓여 있었다.

보문산 둘레길 산행을 위해 쉬운 코스대신 보문산 전망대까지 약9km가 넘는 임도를 택해 걷기로 하고 오전9시 30분부터 나목이 반겨주는 산을 향해 출발했다.

산등성이를 향하여 난 임도는 비탈길에다 그늘진 곳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걸어 오르기를 하다 보니 저 멀리 햇살이 내려앉은 양지바른 임도가 보인다. 반가움에 다가가니 심술궂은 바람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발길을 재촉하게 한다. 여름철이나 가을철이면 울창한 숲에 가려 보이지 않던 바위와 산의 형상들이 치부를 드러낸 채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고 자꾸만 감추려고 하고 또한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다른 사람들을 궁지에 몰거나 곤경에 빠뜨리곤 하는데, 자연은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본받을 만 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일행들이 걷고 있는 둘레길은 비교적 평탄한 곳으로 눈이 약간 쌓여 있어서 보기에도 좋았다.

'삭막한 느낌이 나는 나목과 소나무만 바라보며 걸었더라면 힘든 발길이 되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뱀의 허리처럼 꾸불꾸불한 임도를 걷다보니 쉼터가 곳곳에 보인다. 쉼터가 있는 곳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 잠시 머무르며 따뜻한 차 한 잔이라도 마시고 싶지만 다음 장소를 물색하며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오늘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아닌 평일인데도 산행을 즐기며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 일행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만 있기가 갑갑하여 답답함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추위에도 산행을 하는 것은 아닐까?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질 않는 임도에서 보는 주변의 모습은 맑은 날씨라 멀리 있는 아파트나 공공건물들도 가깝게 보이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 식장산도 오늘따라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4km 정도 걷다보니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고 해 일행은 임도 옆에 설치되어 있는 쉼터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따뜻한 물과 각자 준비해온 간식인 과일과 만두, 삶은 계란 등을 먹으며 신년 산행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쓰고 산행을 할 때는 추위를 느낄 수 없었는데, 간식을 먹는 동안 맨손이다 보니 손가락이 시릴 정도로 매서운 추위가 우리 일행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서둘러 간식을 먹은 후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없이 발걸음을 재촉하여 가다보니 산행을 하다 나무의자가 놓인 곳에서 잠시 쉬면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두 명의 여자 분들을 만났다.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필자도 이젠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곳의 보문산은 대전의 중심부에 있는 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누구나 와서 자연을 벗 삼아 즐기고 흥얼거리며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명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여름에 울어대던 그 많았던 매미들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찬바람만이 휭하니 불어오는 나목들만이 우리 일행들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비탈진 곳을 오르다 보니 길옆에 서있는 상수리나무 꼭대기에 걸려있는 커다란 모양의 말벌집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들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저 높은 곳에 작은 말벌들이 축구공 보다 몇 배나 큰 모양의 벌집을 지어 놓았을까? 수많은 벌들이 협동하여 조금씩 쉬지 않고 하다 보니 커다란 모양을 지었을 테지. 하나가 모여 둘이 되고 또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인고의 시간을 통해 벌들이 추구하는 집을 완성했다는 점에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

우리민족은 혼자 있을 때는 최선을 다해 일을 하지만, 여럿이 모이면 상대방이 하겠지 하는 해이감이 생겨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리는 습성이 있어 왔다. 이 모든 것의 책임은 자기만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이 가득한 정치인이 부채질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들을 사분오열 시키는 정치인의 행태에 성숙한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정치인들에 대한 존경심 보다는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고 소외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사탕발림의 공약(空約)보다는 국민들을 진심을 다해 섬기는 공약(公約)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임도를 걷다보니 신기한 모습의 나무가 눈에 띄었다. 소나무와 상수리나무의 가지가 하나로 결합되어 자라고 있는 연리지(連理枝)였다.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어 수종이 다른 나무들의 가지가 하나가 되어 사랑을 속삭이듯 있는 모습에 부러운 눈길을 보내며 막바지 힘을 내어 걷다보니 보문산 전망대에 다다랐다. 나날이 늘어만 가는 빌딩들과 아파트 숲이 눈앞에 들어온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매서운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맑은 공기가 가득한 보문산 둘레길을 3시간 동안 걸었다는 자부심에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다. 병이 들어 건강을 잃고서 병원 침대에 누워있다고 하면, 아무리 귀중한 물건과 수억에 달하는 돈도 소용이 없다고 본다.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이 시작된 1월 신년 산행을 대전의 자랑 보물 같은 '보문산' 둘레길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추운 날씨에도 함께 걷었다는데 보람을 느끼며 건강을 위한 필자의 산행은 계속될 것이다.

덕천 염재균 / 수필가

염재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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