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탱화의 거장 만성 조기환 원장에 기대를 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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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탱화의 거장 만성 조기환 원장에 기대를 걸며

김용복/ 예술 평론가

  • 승인 2022-01-16 15:3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대집경'에 보면 "온갖 중생의 심성은 본래 맑고 깨끗해서 번뇌의 여러 결(結)이 더럽히지 못한다"고 했고, '대보적경'에보면 "심성의 청정함은 마치 물 속의 달과 같다"고 하였다.

무슨 말씀인가? 비록 사람들이 아무리 타락하고, 죄를 많이 짓고 악독한 짓을 많이 했다고 해도, 마치 딸 보는 앞에서 엄마를 나체로 벗겨놓고 마구 찔러 죽인 이 모라는 범죄인이나,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김일성이라 할지라도 그들 마음의 본질인 진여심(진실된 여래의 마음)은 조금도 손상함이 없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불심은 곧 오염되지 않는 부처님의 미음이요, 대자대비의 마음인 것이다. .

그런데 여기 대전 중구에 평생을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불심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무형문화재급 인물이 있어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바로 조선 불화의 전통맥을 이어 오고 있는 만성 조기환씨다.

불교의 종교적 이념을 표현한 그림을 불화(佛畵)라고 하는데 불화는 불교도입 초기부터 그려졌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현재 남아 있는 불화들은 대부분 18~19세기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오히려 일본 등 외국에는 고려시대나 조선 초기의 불화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불화는 그 재료에 따라 종이나 베 등으로 종류나 용도에 따라 나눠진다. 특히, 탱화(幀畵)는 천이나 종이에 그림을 그려 족자나 액자를 만들어서 거는 불화의 한 유형으로, 대전의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진흥회 이사직을 맡고 있으면서 불광미술원 원장인 만성 조기환 작가는 45여 년간 불화 작품만 그리고 있다 하였다.

아인슈타인의 4차원의 세계나 불심을 담은 일반적인 불화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 담아내지만, 45여 년간 불화를 그린 조기환씨의 탱화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불심까지도 담아내는 경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보라, 그의 탱화에 그려져 있는 불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동자를.

눈동자마다 방점을 찍어 불심을 드러내고 있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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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금성사 천수 관음을 제작하고 있는 조기환 원장
그리고 또 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탱화는 13세기경 고려작품이 국내에 5점 정도 전해지고 있다한다. 이는 그만큼 국내에 탱화의 가치가 귀하다는 뜻으로, 조기환 원장은 앞서도 말했듯이 "탱화는 눈동자 하나하나에 깊은 불심을 담아야 하며, 눈썹을 이루고 있는 선이나 몸을 이루고 있는 선 하나하나에 세필선이 아니면 불심에 젖어들 수 없다고 하였다.

그가 그린 탱화에는 논산 안심정사를 비롯하여 대전 중구문화원 뒤에 자리 잡은 정수사, 법주사 상환암 등이 있으며, 단청으로는 망원사, 상환암, 갑사 대웅전이 대표작이고, 부처님 몸에 도금을 한 작품으로는 영동 금성사 본존불이 있고, 42수(手) 관음보살 작품으로는 무량사에 안치되어 있다.

그는 "수행자와 같은 심지 굳은 정신력을 필요로 하며, 섬세한 필력을 발휘하여 독창적인 예술세계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불화를 그리기 시작할 때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온 몸과 정신이 하나로 통일해 붓 끝을 통해 불화를 그린다고 한다. 특히, 이 작가가 재현하고 있는 탱화의 특징은, 형상의 진실성과 부처님의 자비로움, 그리고 섬세한 정서감정을 담아 그렸기 때문에 작품을 통한 섬세함과 강렬한 힘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불화는 통상적으로 '32상 80종호'라는 기준이 있는데, 이는 부처나 보살상을 그릴 때 지키는 수칙으로, '이가 가지런한 모습, 몸이 금색으로 된 모습, 넓고 둥근 얼굴, 눈썹이 초승달 같고 짙푸른 유리색, 덕스러운 손발'등을 참조하여 시대에 맞는 원만한 상호를 조성해야 되는 바 조기환 작가의 불화에서 그러한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화가는 그림을 그릴 때, 외롭고 힘든 자신과의 싸움이 계속되어야만 불화의 세계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환 작가의 열정과 강인함을 알게 하는 부분이다.

특히, 불광미술원 만성 조기환 원장은 단청과 탱화 그리고 개금(改金)을 함께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삼절장이다. 동시에 조선 불화의 맥을 잇는 금호·호응·일섭·우일 스님 문중의 수석 맏제자로서 단청과 탱화를 조성하면서 오롯이 조선 전통미술의 맥을 충실히 잇고 있는 분이라 한다.

탱화를 배우려면 선 긋기부터 시작해 기초 과정을 습득하는 데만 10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처음에 불화 원본을 대고 시왕초(十王草)를 대략 3천 장 정도 그려야 천왕초(天王草)로 넘어간다. 그리고 천왕초를 3천장 그림 다음에 여래초(如來草)를 그릴 수 있게 되는데, 여래초 또한 3천 장 정도 그려야 비로소 불화를 그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시왕초, 천왕초, 여래초에 대하여 조기환 작가는 "불화를 그리는데 있어 무엇보다 우선 필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필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기초가 된다. 필선은 불화의 처음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습화(習畵)작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습화의 첫 단계는 밑그림(초본)을 바닥에 놓고 그대로 모사(模寫)를 하는 것이다. 이를 '등긋기 습화'라고 한다", "초(草)는 일종의 밑그림 연습 즉, 선묘습화(線描習畵)를 말한다. 단청과 불화를 그리는 금어(金魚)는 끊임없이 많은 초(草)를 그린 끝에 비로소 스승으로부터 금어(金魚)의 칭호를 하사 받는다"라고 했다.

그는 단청을 비롯한 탱화, 개금 등의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 이미 수십 년 전에 의정부 망월사와 공주의 마곡사 및 갑사 주지스님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바 있으며, 또한 1997년에는 우월스님의 불화 초본전을 조계종 총무원 전시실에서 개최하는 한편, 1999년에 스님께 받은 불화 초본 260여 점을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해 박물관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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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망월사의 단청
45년 넘게 전국의 주요 사찰에 4백여 작품을 시공한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옻나무 표피에 흠을 내어 흘러내리는 소액(생칠)을 채집, 가공하여 만들어진 천연도료인 옻으로 후진 양성에도 힘을 쓰고 있는데 옻칠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예로부터 금속이나 목공 도장용으로 가장 소중히 여겨왔던 도료이다. 페인트 및 에나멜 등에 비해 깊이가 있고 무게 있는 예술적 감각 때문에 많이 쓰인다,

이 분야에서만 45여년간 종사했기에 인간문화재급에 도달한 조기환 원장.

그가 대전에서 후진 양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한편으로는 이런 분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당국에 아쉬움이 남는다.

불화와 탱화, 거기에 단청까지도 겸비한 실력자. 이런 분이 아직도 인간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함이 매우 애석한 것이다.

따라서 문화재 지정과 인정심사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심사기준도 사전에 철저히 고지되어야 하며, 또한 심사위원의 제척·기피제도와 공정심사 서약서 징구도 의무화 되어야 하고, 문화재 이수자에 대한 이수증 발급에 대한 관리도 강화시켜야만 한다고 생각된다.

기대가 크다.

인간 문화재급 불광미술원 조기환 원장이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니 불화계의 앞날에 희망이 있는 것이다.

김용복 / 예술평론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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