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폐의약품에 의한 환경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수거 체계를 마련해 시행한 지 13년째, 대전시에서 조례가 제정된 지 5년째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대전시와 5개 자치구는 동행정복지센터와 보건소, 약국에 수거함을 설치하고 버려진 폐의약품은 대전도시공사 환경에너지 소각로로 옮겨 태워 없앤다. 대전시 환경순환과가 공시한 2020년 4분기 5개 자치구별 가정 내 가정 내 폐의약품 처리(소각)현황을 보면 동구 3160㎏, 중구 2860㎏, 서구 4540㎏, 유성구 1250㎏, 대덕구 2060㎏ 등을 처리한 바 있다.
폐의약품 수거함 모습 |
서구에 사는 시민 A 씨는 "국가적으로 폐의약품의 경우 약국에서도 수거한다고 홍보해 근처 약국에 가서 수거를 요청했지만 수거함이 없다고 해 도로 집에 가져왔다"며 "나중에 알아보니 다른 구와 달리 서구에는 수거함이 설치된 약국이 없었다. 지역 내 모든 약국에서 수거하는 것도 아닌데 안내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거 현장인 약국도 마찬가지다. '불용의약품 등의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약국 또한 수거 현장에 포함된다. 하지만 시민들의 처리방법 미인식과 악취, 공간 차지 문제로 약사들 역시 고충을 겪고 있다.
실제로 2019년 대전세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약사들은 시민들이 약국 내 수거함을 대부분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폐의약품을 약국으로 가져오는 형태는 약 봉투 그대로(80%) 가져오는 경향이 높다고 응답했다. 폐의약품은 약을 포장과 분리해 밀봉한 상태로 가지고 와야 한다. 캡슐 알약의 경우 외부 캡슐은 벗겨내고 가루약만 모아서 처리해야 한다.
유성구 모 약국의 약사는 "폐의약품을 처리하러 오는 분들이 예전보다 늘어나긴 했지만 약국은 더 죽을 맛"이라며 "수거된 약은 한 달에 한 번씩 약국도매상에서 수거해 가는데 한 달을 모아두면 냄새가 너무 심하다. 박카스 박스 가득히 약을 채워 오시는 분들도 많은데 약국이 좁다 보니 공간 차지하는 것도 문제"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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