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에 계속 노출되는 사이,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핑계로 돈 되는 건 뭐든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이다.
그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 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그를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각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한도경의 목을 짓누르는 검찰과 박성배.
그 사이 태풍의 눈처럼 되어 버린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낸다. 그리곤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 된 '나쁜 놈'들 사이에서 서로 물지 않으면 물리는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진다.
지옥도(地獄道)는 불교에서 말하는 삼악도의 하나로서 죄를 지은 중생이 죽은 뒤에 태어나는 지옥의 세계이다. 그만큼 목불인견(目不忍見)으로 처참하다는 뜻이다.
또한 아수라(阿修羅)는 마찬가지로 불교용어인데 팔부[(八部, 사천왕에 딸린 여덟 귀신=건달바(乾?婆), 비사사(毘舍?), 구반다(鳩槃茶), 아귀, 제용중, 부단나(富單那), 야차(夜叉), 나찰(羅刹)] 중의 하나로 싸우기를 좋아하는 귀신으로, 항상 제석천과 싸움을 벌인다.
제석천(帝釋天)은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도리천의 임금으로, 사천왕과 삼십이천을 통솔하면서 불법과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아수라의 군대를 정벌한다고 한다.
하여간 '아수라'를 보자면 마치 사생결단의 '대선(大選)판'을 보는 듯하여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런데 과연 아수라는 비단 대선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소위 일류대학을 나오고도 취업을 못 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유명무실한 공수처 설치 후엔 '내 편'이 아닌 대상들만 집중적으로 통신 조회를 하여 공수처 폐지 여론에 불을 붙였다. 한미동맹 약화와 배일사상(排日思想) 부추김으로 주변국 협력을 통한 북핵 해결은커녕 외교적 왕따 현상을 초래하여 고립무원(孤立無援) 지경이 되었다.
성이 평등한 대한민국이라더니 여가부 폐지 공약에 환호하는 젊은이들은 왜 생겼는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19의 3년째 장기화에 폐업과 부도가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대선이 끝나면 전기료부터 수직으로 상승할 건 불 보듯 뻔하다. 세상이 이처럼 '아수라장'이다 보니 무려 2215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인 '오스템임플란트 사건'까지 발생했다.
미증유의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40대 피의자의 부친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여동생의 주거지에 숨겨둔 금괴는 경찰이 다 찾았다고 한다. 경찰은 피의자의 아내와 처제, 동생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했는데 이쯤 되면 총체적 가족사기단인 셈이었다.
평소 선행을 베풀고 자원봉사에도 열심인 분을 취재하던 중이었다. TV에서 '오스템임플란트 사건' 후속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혀를 찬 인터뷰이는 세상이 왜 이처럼 갈수록 삭막하고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건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부디 모두가 올바른 정도(正道)의 길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칭찬하는 아름다운 습관과 정직한 사회가 정착되길 기도합니다"라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하늘에선 눈이 펑펑 쏟아졌다. 마치 아수라의 세상을 덮을 듯 백설보다 하얀 함박눈이.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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