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 명대사 찾기-4] 버려진 아이들의 눈물, '그해 우리는'(1)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심쿵 명대사 찾기-4] 버려진 아이들의 눈물, '그해 우리는'(1)

심상협 / 문학평론가

  • 승인 2022-01-14 10:3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화면 캡처 2022-01-14 103036
한 어린 생명이 버려지는 순간. 당신은 어떤 마음이신가? 혹시 이 순간 소중한 한 생명을 버리는 당사자는 아니실까 여쭙고 싶다. '그해 우리는'에 유기견 '쫑쫑이'처럼 버려진 아이.

"지금 아빠 말구."

"뭐?"

"진짜 아빠가… (잠시 침묵)… 놀린 거 맞지. 그렇게 어린 애한테 여기 누워서 저 꼭대기 층까지 세어 보라구 했으니까. 숫자두 잘 몰라 가지구 하나 둘만 세다가 일어났던 것 같애. 그랬더니 없었어. 아빠가… 웃기지? 세상에 그렇게 버리는 게 어딨어?"



요즘 넷플릭스 1위 SBS 11화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최웅(최우식 분)과 국연수(김다미 분)의 대화다.

할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삼촌 빚까지 갚아야 했고, 알바와 장학금으로 대학을 졸업하곤 빨리 정규직이 되어 꼬박꼬박 월급 받아 할머니가 일 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꿈인 소녀가장(?) 국연수. 그에 비해 부모님이 음식점 일로 바빠 혼자 놀 때가 많았을 뿐 낮에는 햇빛 아래 누워 있고, 밤에는 등불 아래 누워있는 게 꿈인 금수저로만 알았던 최웅. 그런 최웅이 국연수에게 자신이 버려졌던 대여섯 살 적 숨겨온 비밀을 고백한다.

'그해 우리는'의 감동은 다큐 촬영 시점의 인터뷰라는 장치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독백, 그리고 말하지 못하는 속마음을 방백 형식으로 전달하는 화법에서 비롯된다. 때론 제3의 나레이터가 등장해 연수와 웅이에게 몰입됐던 시청자들을 빼내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게도 한다.

2011년 전교 일등 국연수와 267명 전교생 꼴찌 최웅이 다큐멘터리를 찍는 장면으로 시작해 아옹다옹하다 이별하고 다시 만나 알콩달콩하기까지 10년의 시간. 두 청년의 풍경 속엔 절친 최웅의 연인 국연수에게 말도 못 꺼내며 계획까지 세워 거리두기를 하는 김지웅, 최웅의 진실한 모습에 빠져 좋아하게 된 아이돌 스타 엔제이. 이들이 끼어들면서 삼각관계의 통속적 흥미까지 더한다. 김지웅은 웅과 연수 못지 않게 불행하다. 아버지 없이 홀부모인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열등감을 안고 살아가는 김지웅. 아이돌 스타 엔제이도 아무도 모르는 악플과 외로움에 상처받으며 눈물을 삼키는 불행한 청년의 초상이다.

누군가에게나 아름다웠을 열아홉부터 스물아홉까지의 청춘. '그해 우리는'은 그저 '추억은 아름다워'라는 식의 재미로 보아도 좋다. 그러나 그 수면 아래 차갑고 어두운 현실에서 고통 받는 청년들의 열등감과 상실의 아픔이 숨어 있다.

잠시 눈 감고 한번쯤 "드라마 속 현실에 비추어 당신들이 사는 현실은 살 만한가?" 물어보자. 부모에게,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를 읽으며 사교육 없이 전교 1등을 하고 명문대에 진학하며, 성적은 꼴찌이지만 철학과 문학 속에서 스스로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건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성공하는 꿈.

'그해 우리는' 11화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사람은 외면하고 건물만 그리는 최웅이 건물 층수를 세다가 버려진 아픈 상처의 감옥에서 스스로 걸어나와 국연수에게 고백하는 대사로 눈물샘을 툭 터뜨렸다.

자, 다음 편 예고에 나오는 장 페라(Jean Ferrat) 교수의 초청 문서는 어떤 전개의 실마리일까? 15회 종영으로 내닫는 '그해 우리는' 심쿵 명대사 찾기는 다음 주로 이어간다.

심상협 / 문학평론가

심상협
심상협 / 문학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4.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5.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1.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2.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3.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4.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5.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