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어른아이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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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어른아이 벗어나기

  • 승인 2022-01-1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아내가 장보러 다니는데 따라 다닌 것이 십여 년에 불과한 것 같다. 필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탓이리라. 목매기 소처럼 버티다 따라 나섰다. 처음에는 장보는 동안 차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에는 덜렁대며 물건을 받아들고 쫓아다녔다. 한참 후에 물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걸음마 시작한 어린애 데리고 다니며 이름 가르쳐주다 깨닫게 된 것이다. 점차 분주한 상인 얼굴도 보이고 활기에 넘치는 시장 분위기도 보였다. 아이가 어린 것이 아니라 필자가 어림도 깨달았다.

다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시장에서 젊은 남자를 많이 접하게 된다. 장보기가 재미있단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우리세대라고 다 필자 같은 것은 아니었다. 수레가게를 만나도 모든 물건 다 살펴본 후 자리를 뜨는 친구가 있었다. 당연히 지혜로웠고 아이디어가 풍부했다. 그는 훌륭한 어린이 교육자이다.

어떠한 것을 좋아하여 주의를 기울이거나 마음이 쏠리는 것을 관심이라 한다. 그런가하면 성찰도 자기마음을 들여다본다는 의미의 관심이 된다. 따라서 안팎 모두 살피는 것이 관심이다. 관심을 가지는 자나 가져주는 자 모두 축복이다. 관심은 사랑의 발로다.

필자는 살아오며, 많은 훌륭한 선배를 가까이 모실 수 있었다는 행운에 감사한다. 부모의 사랑을 모르듯이 선배의 사랑을 몰랐던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배려도 깨닫지 못했고 가르침에 충실하지도 못했다.



필자 주례를 서주신 서영훈(徐英勳, 1920.10.20. ~ 2017.02.04.) 선생은 청소년단체협의회 회장, 흥사단 이사장, KBS사장, 국회의원, 민주당 대표를 역임하였다. 얼마나 많은 인재를 알고 있었으랴. 그럼에도 행사가 있으면 대전에 있는 필자를 곧잘 불러 올렸다. 어떤 때는 원로 모임에, 어느 때는 연수회에 사회 보거나 노래 부르라는 것이었다. 지방으로 모시고 다니기도 했다. 멘토(mentor)로 생각은 했지만, 조금 흉내만 냈을 뿐이다. 천학비재를 갈고 닦으라는 뜻이었음에도 당시엔 깨닫지 못했다. 따라서 미천한 재주로 망발을 보이다 끝났다.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야 그 큰 배려와 사랑을 알았다.

선후배 문제가 아니다. 관심을 두는 사람이나 갖는 사람 모두 대단한 행운이요 매우 소중한 일이다. 모두가 엄청난 사건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 <방문객> 부분

그렇다고 지나치게 집착하면 병이 된다. 고집이다. 자기 생각에 철옹성을 쌓고 굳건히 지키는 것을 이른다. 자신에게 집착하면 아집이 된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며 좁은 소견에 사로잡힌 고집이다. 불교에서는 사물을 주재하는 상주불멸(常住不滅)의 실체가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것을 아집이라 한다. 그에서 벗어날 때 우주가 내게로 온다.

세상은 항상 외줄타기 곡예와 같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떨어진다. 조금만 멀어지면 본질을 벗어난다. "교장이 되고나니 교육이 보였다"는 어느 시인의 진솔한 고백이 떠오른다. 평교사 때는 피동적이었다는 말이다. 관심의 깊이가 달랐다는 것이다. 참교육 주장하고 노력했지만 진정한 사도를 실천하지 못했다는 반성이었다. 주인은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사랑한다. 그러기에 관심을 갖는다. 배려한다. 남 탓 하지 않는다. 무한한 책임감을 갖는다. 주인이 되지 못하고 손님이었다는 양심선언이었던 것이다.

열심히 살아간다 생각하지만, 주인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나그네인 것은 아닐까? 필자 또한 안팎 모두에게 객의 입장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진정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가? 애기애타(愛己愛他) 하는가? 자신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서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210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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