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대학가기 쉬워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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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대학가기 쉬워졌다고?

한기온 제일교육 이사장

  • 승인 2022-01-13 17:23
  • 신문게재 2022-01-14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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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온 이사장.
엄마의 손에 이끌려 학생이 상담실로 들어온다. "이사장님 우리 아이가 이제 고3 올라가는데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요?" 잔뜩 걱정된 목소리로 상담을 요청하는 엄마의 얼굴에는 자식을 최고의 아들로 만들고 싶은 간절함이 묻어있다.

그러다가 빤히 내 얼굴을 보더니 어머 선생님 하며 손뼉을 친다. "저 모르시죠 벌써 30년 됐나 보다. 저 예전에 선생님께 수학 배웠던 아무개에요. 그때 선생님 덕분에 대학 잘 가고 공무원 시험까지 합격해서 잘 살고 있어요. 애기 아빠도 선생님 제자에요." 어이쿠 세월이 이렇게 흘렀나 싶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덥석 내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는 애기 엄마를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그랬군요." 세월 참 속절없다. 내가 가르친 제자가 자식을 낳아서 다시 나에게 상담을 요청하다니. 상담을 해주고 나니 연신 인사를 하며 고마워하는 애기 엄마를 보면서 과거의 일들이 생각난다.

약관의 나이에 학원사업을 시작하여 40년의 세월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인식도 많이 변하였다.



물론 과거에도 일류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했었고 70만 수험생 대군이니 하며 재수는 필수고 삼수는 선택이라는 웃지 못할 말까지 유행처럼 번진 시절이 있었지만, 대학입학의 목적과 이유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가장 높은 관심사는 단연 메이저 의대나 일명 스카이 입학이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작년 실제 수능에 응시한 학생은 44만 명인데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포함해 모집인원은 55만 명이니 대학 가기는 참으로 수월해진 듯 보인다.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입장은 현실과 온도 차이가 확연하다.

이제 대학 가기는 쉬워졌기에 좀 더 전망이 있는 명문대학이나 소수의 메티컬 계열 학과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열광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공공의료정책 확대로 인해 올해도 의대 3015명, 치대 629명 약대 1743명, 수의대 495명 한의대 715명 등 총 메디컬 계열 모집인원이 6597명이나 된다.

인문계열 학생들은 서울의 주요명문대에 대한 열망이 더욱 높아졌으며 자연계열 학생들은 주요 의대 및 메디컬 계열 학과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대학에 입학하고자 한다.

현실이 이러니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단순히 대학 입학이 목적이 아니라 어느 대학 어떤 학과를 가기 위해 정확한 방법을 제시해달라는 상담이 많아지고 있다. 학교마다 시행하는 입학전형이 다르다 보니 특정 대학의 학과를 진학하기 위한 전형 방법과 좀 더 효율적인 대책을 강구하길 원하는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대학의 선발 전형에 따른 맞춤식 3년 로드맵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대학은 과거의 상아탑이라기보다는 장밋빛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학교가 될 수 있는가 없는가가 관건이다. 대학 가기는 쉬워졌지만, 서울 주요 대학의 경쟁률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으며 그러한 나비효과는 벚꽃 지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현실을 반영하게 된다. 벚꽃은 대학의 축제와 낭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대학의 존폐를 상징하는 꽃이 되어버린 것이다.

교육사업을 하다 보니 젊은 학생들과 만나 꿈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설계하면서 나 또한 그대들과 호흡하며 과거를 반추하며 살기보다는 아직은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살고 있다. 우리 학생들과 만나 꿈을 말하고 그 꿈을 위한 생기발랄한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일은 지하 암반수의 청량함처럼 나의 머리를 맑게 헹구어 주지만 한편 과도하게 대학이 한쪽으로만 편제되는 사실은 나의 머리를 무겁게 젹셔 놓는 현실이기도 하다./한기온 제일교육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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