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이마트 둔산점에서 한 노인이 직원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며 방역패스에 대해 묻고 있다. |
대전의 한 백화점 입구에서 70대 김 씨는 휴대폰을 잡고 씨름을 하고 있었다. 방역패스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은 있지만 인터넷 연결 제한을 걸어둔 탓에 와이파이를 잡고, 방역패스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기까지 10여 분이 넘게 걸렸다.
또 다른 대형마트 입구 앞 화면 터치 방식의 사물함 앞에서도 백발의 이 씨(81)가 진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무거운 짐을 넣고 장을 보려고 사물함을 사용하려 했지만, 열쇠 대신 화면터치 방식의 사물함을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난감한 표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방식의 업무 디지털화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고령층의 디지털 기기 소외가 커지고 있다.
당장 10일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도 방역패스가 시행되는 등 일상 생활 전반에 비대면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정보 습득에 취약한 고령층 등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불황과 인건비 부담으로 직원을 줄이고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가게도 늘면서 고령층은 물론 장애인들의 접근도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에겐 비장애인 기준에서 설계된 키오스크·방역패스·체온 측정기 장치가 너무 높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각장애인은 큐알코드 자체가 어렵다.
지자체 차원에서 노인 교육·장애인 활동 지원사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김현기 대전장애인단체 총연합회 사무처장은 "디지털화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지만 처음부터 기기를 설계할 때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한다"라며 "기기들이 비장애인 기준으로 만들어져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엔 어렵다"라고 말했다.
노인 정책을 담당하는 대전시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 사업 중 퇴직한 노인이 디지털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정책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따로 활동 지원사가 있다"라며 "기기 높이처럼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을 모두 해결하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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