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
초원의 빛, 꽃의 영광 어린 시간을 그 어떤 것도 되불러올 수 없다 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돌아 남겨진 가운데에서 힘을 찾으리라.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할 태고의 연민에서.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솟아나 마음을 달래주는 사유에서.
죽음 너머를 보는 신앙에서. 그리고 지혜로운 정신을 가져다 주는 세월 속에서.
1993년 개봉된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에 나오는 워즈워드의 '영혼불멸의 노래' 끝부분이다. 목사인 아버지 리버런드 맥클레인이 낭랑하게 강독하자 큰 아들 노만이 들어서며 뒤이어 낭송하고, 마지막 서너 행은 함께 낭송한다.
노만과 폴 두 형제는 오늘날 미국을 있게 한 두 힘을 상징한다. 하나는 전통과 정신을 계승하고 지키는 힘이요, 또 하나는 도전하고 개척하는 힘이다. 폴의 죽음 앞에 아버지는 기도한다.
"도와주고자 하지만 주여, 무엇이 필요합니까? 그래서 가장 가까운 이를 돕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 모르기도 하고, 우리가 주려고 해도 거절 당하기도 합니다. (중략)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전한 사랑을 할 수는 있습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완전히 사랑하는 정신. 이념과 세대갈등으로 얼룩진 오늘 우리 모습이 오버랩된다. 관용과 포용으로 완전히 사랑할 수 있는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나라 대한민국을 향한 꿈.
인생도 자연도 사회도 국가도 모든 것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나며 변화하지만 기억은 영원하고 마음 속에 살아 강물처럼 흘러간다. 한 사람의 기억이 모여 역사가 되고 미래가 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몬태나주 빅 플랫폿 강의 서정적인 풍경과 플라잉 낚시를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두 아들과 읽고 쓰고, 이야기하며 때론 행동하는 부자와 형제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 정신을 기억하고 마음을 이어가는 저 흐르는 강물같은 대한민국을 꿈꾸어 본다.
심상협 / 문학평론가
심상협 / 문학평론가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