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目(눈 목), 不(아니 불), 見(볼 견), 睫(속눈썹 첩)으로 구성된다.
출 처 : 한비자(韓非子) 유로편(喩老篇)에 보인다.
비 유 : 자신의 악(惡)함이나 허물은 괜찮고, 남의 약점이나 허물은 강하게 비방함.
약 2~4년여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말은 뭐니 뭐니 해도 '내로남불'일 것이다. 이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남의 잘못에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자신이나 자기 편의 잘못에는 너그러운 이중 잣대를 드리댐을 의미한다.
이 말은 1996년 당시 박희태 전 국회의원(전 국회의장)이 처음으로 사용해 현재까지 자주 쓰이고 있다. 곧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 하는 태도를 비유하는 것이다. 그 후 이 단어는 정치권에서 주로 고위직인사들이 많이 사용하여,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2020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교수신문이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588명(32.4%, 복수응답)이 '아시타비'를 뽑았다.
이 '내로남불'의 행동은 사회의 질서를 허물고, 법치를 부정하며, 남을 속이는 등 가장 비열하고 지혜롭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특히 조직의 중요한(리더)직책을 수행하거나 국가의 공무역할을 하는 자는 더욱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이를 경계하는 가르침으로는 우선, 성경(聖經/마태복음 7장 3절)에 '왜 너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라는 말씀이 있고. 동양에서는 '自上者人下之(자상자인하지) 자하자인상지(自下者人上之/스스로(자신이) 최고라고 하는 자는 남이 그를 하찮게 여기고, 스스로(자신이) 하찮다고(겸손)하는 자는 남이 그를 최고로 여긴다'라고 자신에게 관대함을 경계(警戒)하고 있으며, 철인 노자(老子)도 '도덕경(道德經)'에서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다 하고, 자신을 아는 자는 명철하다 한다(知人者智 自知者明)"고 말한다. 따라서 자신을 이기는 자가 가장 강하다(自勝者强/자승자강)와 자인타관(自吝他寬/자신에게는 인색하고 남에게는 관대하라)이나,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하고 자기를 대할 때는 가을서리처럼 하라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등 동양에서는 남을 배려하는 인격을 더 소중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목불견첩(目不見睫) 고사(故事)를 보자.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월(越)나라 정벌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때 총명한 충신인 두자(杜子)라는 신하가 이유를 묻자 왕이 대답하기를 "월나라는 정치가 어지럽고 군대가 약하기 때문이오." 그러자 두자는 "저는 사람의 지혜가 눈과 같은 것이 될까 두렵습니다. 지혜는 눈과 같아 백 보 밖은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눈썹은 볼 수 없습니다. 왕의 군대가 월나라 군대보다 더 쇠약하고 정치가 어지러운 것은 월나라보다 더한데도 월나라를 정벌하려 하니, 이것은 지혜가 눈과 같은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장왕은 월나라 공격 계획을 포기한다.
한비자(韓非子)는 "지혜의 어려움은 다른 사람을 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는 데 있다"고 말한다. 사람의 눈이 매우 밝아 백 리 밖까지 볼 수 있을지라도 자신의 속눈썹은 볼 수 없는 구조적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예전에 이주(離朱)라는 사람은 백 보 밖에서도 털끝을 분별할 정도로 시력이 좋았다. 그런 이주도 자기 속눈썹은 보지 못한다. 백 보 밖이 가깝고 눈썹이 멀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의 구조상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현명한 군주는 이(자기 눈으로 눈썹을 보지 못하는 것)를 몰아세우거나 곤란하게 만들지 않는다."
중국역사상 가장 빛나는 업적을 이룬 당(唐)태종(太宗)은 자신이 '3개의 거울'을 가진 것을 본인의 성공비결로 꼽았다. 그 첫째가 의관[외모]을 바로잡을 수 있는 '청동거울'이요, 둘째는 역사의 흥망사례를 깨달을 수 있는 '역사거울'이며, 셋째가 직언을 서슴지 않는 '충신거울'이 그것이다. 이는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는 도구로써 자신의 악함과 허물을 깨달을 수 있는 필수요건(必須要件)이기 때문이다.
옛 현인들은 '굽은 나무도 먹줄을 따라 자르면 바르게 되고, 군주가 신하의 간언(諫言)을 받아들이면 사리에 밝아질 수 있다.(木從繩則正 君從諫則聖/목종승즉정 군종간즉성)라는 서경(書經)의 말을 인용해 임금의 올바른 판단을 조언하며 유도하고 있다.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소통, 윤리 의식, 회복, 탄력성, 자기인식(自己認識)등 많은 요건이 있다.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자기인식이다. 자기의 분수나 처지를 알고서야 남에게 관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불경(佛經/佛 四十二 章 經)에 "악한 사람이 어진 사람을 해치는 것은 마치 하늘을 우러러 침을 뱉는 것과 같아서 침은 하늘에 가지 않고 돌아와 자기에게 떨어질 것이요, 또 바람을 거슬러 티끌을 날리는 것과 같아서 티끌은 남에게 가지 않고 돌아와 자기에게 모일 것이니, 어진 이를 해치면 그 (禍)화는 반드시 자기를 멸한다"라는 가르침이 있다. 이는 곧 '남을 비방하면 그 해(害)가 반드시 자기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요즘 대선주자들의 목불견첩(目不見睫) 난타전에 민심(民心)은 점점 환멸을 느껴 돌아서고 있다. 유권자인 국민들은 이제 지쳐서 찍어줄 후보가 없다고까지 한다. 모두 대선주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자기 허물은 숨기고 상대방의 허물만 들추어 내어 성토하는 목불견첩의 악습(惡習)을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습이 흥행처럼 번져 국민들 머리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까 무섭다.
모두들 빨리 깨어났으면 좋겠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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