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지역주의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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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지역주의는 뭘까?

라이프미디어부 이유나 기자

  • 승인 2022-01-10 16:19
  • 수정 2022-05-07 21:38
  • 신문게재 2022-01-11 18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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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미디어부 이유나 기자.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백할 것이 있다. 한동안 서울을 향한 열등감과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는 것을. 입시와 취업 과정에서 서울에 가지 못하면 패배자로 모는 사회 분위기에서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지역 기자가 된 후에도 소위 말하는 '중앙지'로 점프해야 출세한다고 사람들은 나를 내몰았다.

그런데도 지역 공동체에 머물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엔 다정함이 있었다. 내 사이즈를 기억해주는 단골 빈티지 가게, 매달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는 작은 가게들.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독립서점. 동네 카페에 가면 약속하지 않아도 만나는 사람들, 옆 동네에 사는 친척들 그리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어느덧 고향을 사랑하는 충청인이 되었지만, 지역 발전을 명목으로 하는 토건 사업엔 의문을 품게 된다. 인류 멸종을 향해 달려가는 기후위기 시대에 성장주의·발전주의가 과연 적절할까. 충남에 신공항이 생긴다는 소식에 기쁘기보단 항공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더 걱정된다. 항공산업은 기후위기의 주범인 걸 알고 난 후 그동안 신나게 해외여행 다니며 기후불평등을 일으킨 과거의 나를 반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적자 공항을 보며 신공항이 창출하는 일자리·경제적 효과에도 회의적이다. 보문산 전망대도 마찬가지다. 전망대가 세워진다고 해서 보문산을 더 자주 갈 것 같진 않다. 오히려 숲속 생태계를 해쳐 보문산의 아름다움을 빼앗는 건 아닐까. 앞으로도 지역균형발전을 향한 토건 사업과 환경 보호를 향한 목소리는 계속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고향과 출신을 따지는 촌스러운 텃세에도 공감하기 어렵다. 지역주의를 내세우며 출신 성분을 따지고 배척하는 태도가 오히려 지역을 고립시키는 건 아닐까. '충청의 아들'이라느니, '충청의 사위'라느니 하며 지역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역과 인연이 있는 대선 후보보다 내 삶의 문제에 공감하고 해결할 의지가 있는 정치인을 뽑고 싶다. 나의 정체성은 고향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대전 사람임과 동시에 20대이며, 무주택자이고, 여성이고 기후위기 세대이기 때문이다.



공공 목적의 혐오 시설이나 위해시설을 반대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이나 개발이나 시설의 입지를 둘러싼 지역 이기주의인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도 썩 좋게 보이지 않는다. 우리 지역이 혜택을 보면 다른 지역이, 어쩌면 더 열악한 지역이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비수도권에 원자력을 짓고 송전탑을 설치하고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등 수도권 전력 수요를 위한 지방의 희생과는 다른 문제다.

서울 중심주의는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지역주의란 명목으로 환경 파괴와 편 가르기는 정당화될 수 없다. 지역주의가 무엇인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볼 때이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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