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 대표변호사 |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지난 4일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대표 등 5명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특별방역대책 후속 조치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본안 사건 선고일까지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방역패스 적용 조치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하였다.
위 결정은 정부의 방역패스 적용 조치가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해야 하는 백신 미접종자 집단에 코로나 백신 접종이라는 개인의 신체에 관한 의사결정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것이고, 현재 국민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완료율이 80%를 상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률은 향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므로, 자발적인 백신 접종을 유도해 위중증률 등을 통제하는 것이 방역당국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최소침해적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는 위 결정에 반발해 즉시항고를 제기했고, 김부겸 총리는 "생명권보다 중요한 기본권이 어디 있느냐?"라며 위 결정을 평가절하하는 모습을 보이며 본안 소송을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하였다. 이는 위 재판부가 정부의 방역패스 정책을 오해해 잘못 판단하였으니 다른 재판부에서 한시라도 빨리 위 결정을 바꿔달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한원교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를 비롯한 1023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방역패스 관련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에서, "당국은 전 국민이 백신을 다 맞아도 대유행이 번지면 의료체계는 붕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방역패스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무엇인가?", "공익이 '미접종자의 보호'라면 당사자가 부작용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위험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결국 아무리 정부가 미접종자 보호를 위해 방역패스를 확대한다고 미사여구로 치장하더라도 그 말을 믿는 국민은 없다는 것이고 이러한 차별이 공익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인지도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현재 방역패스 적용 시설은 17종이 되었는데, 대규모 점포, 영화관·공연장,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륜·경정·경마·카지노, 식당·카페,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 멀티방, PC방, 실내 스포츠경기장, 박물관·미술관·과학관, 파티룸, 도서관, 마사지업소·안마소 등이다.
정부는 이러한 시설의 감염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지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 또한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밀접하게 접촉하는 것으로만 놓고 본다면 지하철과 버스가 가장 감염위험도가 높을 것이라는 게 상식적이고 마스크를 벗는 것으로 따진다면 식당이 위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하철과 버스는 탑승 인원이나 운행시간을 통제하지 않고 식당에서는 미접종자 1인이 식사하는 것을 허용한다. 나아가 대규모 점포 방역패스는 이용자에게만 적용되고 고용불안이 우려돼 해당 시설 종사자들에게는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감염위험도가 아니라 통제에 대한 반발의 우려가 적은 순으로 방역패스를 도입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유흥시설과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영화관, PC방 등은 대부분 국민의 여가생활과 관련된 시설이라 업주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국민 대다수가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 결코 감염위험도가 높다는 정부의 말을 믿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러나 학원과 독서실의 방역패스 도입은 국민의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제한이 되었던 것이고 그러한 정책은 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에 우려를 나타내는 국민과 그 자녀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아니라면 항시 마스크를 쓰고 발열체크를 하는 것도 똑같은데 왜 학교는 제외하고 학원과 독서실만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는 것인가.
정부는 정당한 법원의 결정을 비난하기에 앞서 방역패스로 인해 차별받는 미접종자들의 고통을 헤아려 시험삼아 해보는 탁상행정은 이제라도 그만두고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한 상식적인 방역정책을 펼쳐주기 바란다.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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