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의 대형 건설사를 내세운 사업조합이 통합심의 혜택을 받은 후 지역건설사와의 공동도급 등 지역 상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역건설업계는 물론 통합심의를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대전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강경한 입장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곳은 중구 유천1구역 지역주택조합 사업지다. 이곳은 2021년 4월 통합심의 도입 후 10개월 정도 걸리는 행정 심의절차를 2개월로 대폭 단축하는 첫 혜택을 받은 사업장이다. 유천 1구역 조합이 시공사로 내건 (주)태영건설(대표 이재규)은 2021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14위로, 충청 대표 건설사인 계룡건설(18위)보다도 높다.
문제는 지역 상생을 위해 대한건설협회 대전시회가 추천한 공동도급 지역 건설사 3곳을 조합이 반대하면서 불거졌다. 금융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과정에서 지역 건설사는 신용도가 낮아 금리가 높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유천 1구역 관계자는 "3개 업체 신용등급이 낮아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는 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총회 전 3개 건설사 참여를 어필할 수 있도록 자료를 요청했으나 한 줄도 주지 않았다.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건설업계는 조합은 물론 태영건설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지역의 모 건설사 임원은 “지역건설사의 신용도가 대기업보다 낮은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니냐”며 “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통합심의 혜택을 받아놓고 뒤늦게 이 사안을 강조하는 건 결국 지분 30%를 지역건설사에 나눠주기 싫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역건설업계 관계자는 “통합심의 혜택을 받아 심의 기간이 대폭 줄어든 만큼 금융 비용 등 여러 사업비 역시 상당히 절감할 수 있는데, 금리 운운하며 지역건설사를 짐짝으로 여기고 대전시가 심혈을 기울인 정책을 내팽개친 꼴”이라고 성토했다.
유천1구역 지역주택조합 조감도. |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행정절차를 최대한 단축했는데, 노력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통합심의 첫 성과’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정책의 성과와 정당성을 강조했던 대전시 입장에선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격이 됐다. 유천1구역과 달리 통합심의를 통과한 다른 사업장과 업체 3∼4곳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지역 상생 방안을 마련 중인데, 첫 성과인 유천1구역이 거부한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결정된 건 아니다. 대전시 입장에선 최대한 배려해준 만큼, 일단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유천1구역 사례를 계기로 촘촘한 지역 상생 방안을 놓고 고심에 들어갔다.
대전시 고위 관계자는 “상생 차원에서 시공사와 대행사 등을 만나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앞으로는 원칙대로 협의 창구를 사업조합으로 단일화할 것”이라며 “외지 건설사가 대전에서 사업하려면 지역 건설사와 손을 잡아야 가능하다는 소문이 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합도 대기업에 모든 이익을 주지 말고 지역건설사와 지역 상생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가져줘야 한다. 민관이 함께 지역 업체의 공동도급 등을 성사시키면 결국 파생하는 이익의 대부분을 지역에 다시 환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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