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주에서 어느 새마을지도자 한 분을 만났는데, 그분은 새마을이 '봉사단체'가 아니라 '국민운동단체'라는 것을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봉사보다는 더 포괄적인 국민운동을 한다는 것이지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분 말씀이 맞습니다. 50년 간 지역 공동체를 위한 봉사활동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봉사단체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지만, 새마을운동은 봉사의 차원을 넘어 의식개혁을 위한 운동을 벌이는 국민운동단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새마을운동에서 하고 있는 공동체운동은 봉사활동이지만, 생명운동이나 평화운동은 국민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봉사와 국민운동의 차이를 설명하면, 봉사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쓰는 것'을 말하고, 국민운동은 '일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대다수 국민이 참여하는 활동'을 말하는 것이지요. 공동체를 위한 섬김과 나눔의 활동은 봉사활동입니다. 그러나 새마을운동 초기부터 강조했던 '잘 살아보자' 또는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의식개혁운동은 봉사에 국한되기 보다는 국민운동의 차원이지요. 최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실천운동이나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평화운동은 봉사보다는 국민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국민운동과 시민운동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할 필요가 있네요. 왜 우리는 시민운동이라고 하지 않고 국민운동이라고 하는가? '시민'은 "사익을 추구하는 존재"인 동시에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존재"이며, '국민'은 "국가를 이루는 구성원 전체로서 자유뿐만 아니라 의무를 지는 존재"라고 규정합니다. 이렇게 볼 때 새마을운동은 공동체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민운동이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를 위해 의식 개혁에 참여하게 하는 국민운동입니다.
정상적인 민주주의에서는 국가의 통치와 시민의 자율이 선순환 관계를 이루는데, 새마을운동은 공동체 현장에서 이 두 요소를 조화시키는 활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마을운동은 자율적인 참여를 통해 시민의식이 발현된다는 점에서는 시민운동이고, 동시에 국민적 사명감과 의무를 충실히 한다는 점에서는 국민운동입니다.
한 가지 첨언하면 언어는 습관의 산물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보통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이라고 말문을 여는데, 우리나라 대통령은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합니다. 아마 우리나라 대통령이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이라고 한다면 그 용어의 정확한 개념 사용여부와는 관계없이 듣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것입니다. 새마을에서 시민운동이라 하지 않고 국민운동이라 하는 것도 이러한 언어 사용의 습관적 용례가 적용된 것이겠지요.
염홍철 새마을운동 중앙회장
염홍철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