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박사 |
작년에 경기도가 통행료 무료화 정책을 추진했던 '일산대교'는 지자체가 주관해 건설한 민자도로다.
대전에도 민자도로가 있다. 정확한 명칭은 대전갑천도시고속화도로(이하 천변고속화도로)다. 연장 4.9㎞에 사업비 약 1800억 원이 소요된 이 도로는 민간자본(民間資本)으로 건설된 대전 최초의 도로다. 2004년 9월에 개통해 현재까지 19년째 운영 중이다.
천변고속화도로는 비교적 짧은 구간이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로이다. 대전시의 간선도로망과 연계될 뿐 아니라 세종~구즉간 도로와 연결돼 있어 두 도시를 잇는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량도 개통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개통 초기 하루 1만 1599대에서 2020년에는 하루평균 5만 9091대로 초기 대비 약 5배, 연평균 19.1%의 가파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해결되지 않은 몇 가지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첫째, 교통량이 크게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요금수입은 운영비를 제외하면 약간의 채무를 상환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대전시가 이자를 보전해주던 이전 상황에 비하면 나아진 것이지만 여전히 건설 당시 채무액 1300여억 원이 남아 있는 상태다.
문제는 운영 기간 이후까지도 상환하지 못하는 채무다. 협약상 운영 기간은 2031년까지인데, 향후 회덕IC, 대덕특구 동측진입도로 등의 건설에 따른 교통량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상환하지 못하는 채무가 약 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운영효율도 고민해 볼 문제다. 천변고속화도로 연결부 도로는 출퇴근시간대 혼잡이 극심해 진·출입부에서는 통행속도가 7㎞/h 수준인 곳도 있다. 반면, 버스전용차로는 거의 텅텅 비어 있다. 한 시간에 최대 1200대까지 교통량 처리가 가능한 차로를 겨우 4~5대의 버스가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운영은 효율성도 문제지만 천변고속화도로의 요금수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에 대한 요금지원 요구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고속국도에서는 요금할인이 적용되는데, 천변고속화도로에서는 특별한 요금할인을 제공하기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정책과 연계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다.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지만, 이 중 채무상환과 관련된 요금정책은 분명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정이 늦어질수록 정해진 협약기간 내 무언가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요금인상, 전면무효화, 협약종료(2031년) 이후 계속 유료화 등의 대안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요금인상의 경우,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며 이용자들의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채무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운영기간 종료 후에 통행료를 계속 징수해야 하는데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전시로 이관된 이후에는 공공재인 도로에 세금 성격의 이용료를 부담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반대도 논리적으로 빈약하긴 마찬가지다. 일부 이용자의 부담을 모든 시민이 떠안게 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요금인상이 다른 대안과 비교할 때 합리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수익자부담원칙을 유지하면서 채무상환이나 운영효율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료화는 어떨까? 민자도로의 '통행요금 무료화'는 엄밀히 말하면 '이용자들의 요금을 공공이 세금으로 메꿔주는 것'이다. 말 그대로 무료가 아니라 부담의 주체가 바뀌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무료화는 형평성의 문제로 확전되기 쉽상이다. 경기도가 무료화를 시도했으나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쉽지 않다는 얘기다.
복잡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는 것보다 운영 중인 민자도로에 대한 효율적 운영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부채상환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새해엔 좋은 대안이 모색되길 기대한다.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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